슈퍼히어로 작품치곤 흔치 않게, 본작은 초장부터 빌런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그의 형상, 그의 사무실, 그의 '작업' 방식 등. 적을 숨기지 않는다. 이건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관객과 숨바꼭질을 하지 않겠다고.
이 슈퍼맨은 사람과 닿아 있는 슈퍼맨이다. (빨간 팬티를 입었고) 사람에게 말을 걸고, 아이의 응원을 받고, 아주머니를 구한다. 그가 구하는 것은 단지 세계가 아니라, 개인이다.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내미는 슈퍼맨. 그 진정성이 본작의 뿌리다.
슈퍼맨의 근본은 유치함이다. 헐크 호건, 캡틴 아메리카, 원더우먼, 그리고 슈퍼맨.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유치한 이상주의다. 본작은 슈퍼맨이란 캐릭터의 근본과도 같은 그 유치함을 부끄러움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개성으로 밀어붙인다. 이상을 대책 없이 관철하는,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절대적인 신념인 슈퍼맨. '자한푸르가'를 대하는 슈퍼맨의 태도에서 이 점이 두드러진다.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나라조차, 위기에 처하면 주저 없이 도와야 한다는 태도. 그것이 슈퍼맨이다.
저스티스갱 덕분에 슈퍼맨이 독고다이로 보이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슈퍼맨은 더 이상 고독한 외계인이 아니다. 동료가 있고, 대화가 있고, 서로를 향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더 단단하다. 다만 러닝타임 40분 이후의 드라마는 썩 흥미롭진 않다. 감정에 따라 오지 못한 규모는 아쉽다. 낭비스러운 규모랄까. 돈은 들었는데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 느낌. 그럼에도 이야기를 붙잡게 만드는 건, 이 캐릭터들이 가진 내력과 잠재력 덕분이다.
마블에 등장했던 '비프로스트'나 멀티버스 공간과 비슷한, 본작에 등장한 '주머니우주'가 향후 이 세계관에서 어떻게 더 활용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또한 무엇보다 저스티스갱, 슈퍼맨, 슈퍼걸 등 본작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마치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인피니티 워> 사이 나왔던, 걸작은 아니지만 국밥처럼 든든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했던 일련의 시기 작품들을 보는 듯했다. 위치적으로는 마블의 <퍼스트 어벤져>를 연상케 하는, 본작은 DC의 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