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분명, 미야자키 하야오 식의 동화이다. 그중에서도 감독 스스로가 100번을 봤다는 <이웃집 토토로>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실사영화에서 동화를 만드려면 눈에 띄는 '동화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웨스 앤더슨이 그의 영화들에서 보여줬던, 강박적일만큼 구조적인 인공미가 그 예시가 될 것이고 기예르모 델 토로가 보여주는 번뜩이는 판타지스러움이 그 예시가 될 것이다. 이 영화에선 동화스러움이 없다.
동화의 틀 안에 있으면서 판은 동화가 감당할 범위 이상으로 너무나도 벌려놓으니 서사는 매끄럽지 못하고, 갈등이 해결되는 순간이 맥없이 풀린다는 등의 단점이 생긴다. 다시 말해 동화를 표방하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집어넣으려 하니 서사와 형식간의 불협화음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장면을 따로 떼서 이야기하고 싶다.
트럭 추격 시퀀스. 솔직히 좋았다. 물론 주인공은 완존 애기인데 트럭을 따라가고 스턴트를 하는게 말이 안되긴 하지만 이는 신경 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트럭은 차도에서, 주인공은 인도에서 나란히 달려가는 장면은 장면 자체로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시퀀스를 이 순간으로 꼽고 싶다.
트럭 안에서 떠드는 시퀀스. 너무 길다. 앞에서 올려놓은 텐션을 완전히 제로로 만들 만큼 길었다. 물론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화면이 지나치게 비생산적이다. 공간과 인물에 막혀 카메라는 경직적이고, 옥자와 나머지 똘마니들은 병풍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막말로 이 시퀀스의 대사를 그냥 프롤로그에 자막으로 갖다박고 이 시퀀스를 통편집해도 문제가 될 거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어지는 틸다 스윈튼 시퀀스. 이건 또 뭔가? 마블 시리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의 동력이 빠진 대화 장면이다. 화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텍스트 말곤 남는 게 없다. 봉준호의 영화는 매 순간 에너지와 생동감이 넘쳤다. <살추>에서, <괴물>에서, <마더>에서, 가장 최근작인 <기생충> 또한 그랬다. 텐션이 낮은 순간에서도, 그의 영상은 생동감이 있었다, 구로사와 아키라처럼. 이 두 장면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제이크 질렌할을 왜 이런 식으로 썼는지 잘 모르겠다. 오버스러운 캐릭터이기에 이렇게 연기 디렉팅을 했겠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제시 아이젠버그가 분했었던 렉스 루터가 생각났다. 배우와 배역이 분리되는 느낌, 딱 그 느낌이다.
물론 영화 자체의 매력은 분명 있으며, 주제 또한 우리가 한번 숙고해볼만한 사회성이 높은 주제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미자 역시 삼계탕을 먹는 인물이며, ALF의 일원인 블론드가 토마토마저 먹지 않겠다며 빌빌거릴 때의 위선, 폭력을 지양하는 ALF 일원들이 폭력을 사용할 때의 아이러니는, 주제 안에서만큼은 제법 괜찮게 기능한다. 다만 이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것은 숨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