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서 등장하는 '버드'와 '엘 드라이버', '빌'이란 캐릭터는 반짝반짝 빛난다. 그 둘의 존재로 인해 타란티노의 '캐릭터를 굴리는 실력'에 있어선 오히려 전작보다 눈에 띄는 본작이다.
키도와 버드와의 대결은 "사무라이 검으로 덤비는 백인 계집"과 '백인 남성 마초' 웨스턴과의 대결 같다. 재미있게도 데들리 바이퍼의 일원 중 버드만이 키도에게 제압당하지 않는다. 키도의 아치 에너미로 만들어진 엘에게 최후를 맞는다. 버드는 죄를 지었기에 키도에게 쫓기고, 이성을 지키지 못했기에 엘에게 죽임당한다.
엘 역시 재미있는 인물이다. 전작부터 집요하게 가려진 키도의 이름은 2편 엘의 입을 통해서 처음 공개된다. 외모적으로도 사실 키도와 겹치는 부분이 적은 데들리 바이퍼의 다른 멤버들과 달리 금발의 장신 여성이란 둘의 공통적 프로필은 감독의 의도성이 느껴진다. 파이 메이와의 인연 또한 그녀들에게만 주어진 것이다.
전작에선 꽁꽁 숨기다 본작은 시작부터 모습을 보여주는 '빌'이란 캐릭터 역시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지성적이고, 치밀하지만, 인간적인 결점이 있으며 무엇보다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빌런은 데이비드 캐러딘의 명연과 더불어 인상적이다.
결국, 당연히도, <킬 빌> 이야기의 결론은 이 영화에서 내려진다. 본성을 버리려던 자가, 본성을 되찾는 여정을 통해, 비로소 본성에서 자유로워지는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마지막, 문을 닫은 채 흐느끼는 키도의 모습은 감정적으로 지금까지의 '결'과 전혀 다른 노선을 취함에도 영화의 정점을 찍는 탁월한 결론의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전작에서의 막나가는 듯한 열정적인 모습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단단하고 균형 잡혔으며 독창적인 의의에서의 또다른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