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쌍이었던가 다섯 쌍이었던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는 영화의 막을 구분하는 노부부들의 인터뷰 씬들이 틈입되어 있다. 다소 의아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지나면 우리는 영화의 주인공인 해리와 샐리의 마지막 장면이 이들처럼 가정을 이루고 인터뷰를 하는 씬으로 끝나지 않을까 라는 짐작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멜로 영화는 두 주인공의 감정과 속내를 관객이 모두 알아챌 수 있는 관점으로 진행된다. 영화 내내 상대에게 쿨함을 어필하며 친구 그 이상의 사이를 주저하는 해리와 샐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두 주인공의 진심을 명백히 느끼게 함과 동시에 그들의 앞날을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상술했듯, 결국은 그 둘이 '잘 되리라' 마음 한켠으로 보험처럼 짐작하면서도 말이다.
순간처럼 스쳐간 두 번의 시간 이후 다시 만난 그들은, 공교롭게 서로의 배우자와 막 이혼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이혼에 기뻐했을까. 둘은 서로를 위해 지인을 소개한다. 더블 미팅은 운명의 장난처럼 서로의 지인들 간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해리와 샐리는 이 결과에 슬퍼하지 않았을 테다.
서로 너무나도 잘 알기에, 서로 너무 사랑하기에, 오히려 그들은 진심을 모른 척 했다. 기어이 그들은 선을 넘기도 하지만 자존심과 두려움은 되려 그들을 멀어지게 만든다. 그 자존심과 두려움이 무너졌을 때 그들의 사랑은 완성됐다. 결국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 남녀는 서로를 향해 전진한다. 세상엔 이렇게 멋진 운명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