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맥케이의 신작인 <돈 룩 업>은 아마도 2021년 등장했던 가장 흥미로운 영화 중 한 편일 것이다.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와 지구가 위기에 빠진다는, 설정부터 대단한 코미디의 기운이 뿜어지는 듯하다.
능청스럽듯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너무나 균질하고 규칙적인 세상. 한편에선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길길이 날뛰는 주인공들. 두 극단이 혼재됨에서 블랙 코미디는 시작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일정을 미루는 대통령이나, 이슈를 가지고 저렴한 관심만을 끌려는 지인/매체/언론사 모두가 풍자의 대상이 된다.
이 영화는 사실상 버디무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의 케미는 빛난다. 이외에도 눈부신 스타 배우들이 영화를 빛낸다. 케이트 블란쳇은 여전히 능청스러운 그녀만의 매력을 보여주며, 꼴통 보수 대통령을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의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다. 그녀는 인간의 신경을 어떻게 긁는 건지에 대한 모든 방법을 아는 것만 같다. 물론 옆에 붙은 조나 힐에게도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그랬듯 나 역시도 이 영화를 보며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를 떠올렸다. 지구 밖의 물체가 날아와 지구와 충돌한다는 대전제에, 이를 둔 인물들의 '리액션'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는 것은 분명 동일한 설정이다. 꿈도 희망도 없다는, <멜랑콜리아>와 방향은 같지만 방법은 다르다. <멜랑콜리아>는 한없이 우울하며 개인의 내면을 파고드는 스토리텔링을 가진 영화이지만 <돈 룩 업>은 코믹한 분위기에 이어 전 지구 바깥으로 분출하는 외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진 영화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비되는, 두 영화를 비교해가는 것도 흥미롭다.
아담 맥케이의 영화에서의 쟁점은 늘 비슷하다. 항상 '우파를 까는' 영화를 만들었고 이 지점에서 그에 대한 비판점도 따라온다. 정치적 시선에 대한 비판보단 방식에 관한 비판일 것이다. 우화로 느껴질 만큼, 얕고 넓은 방식의 풍자를 2시간 넘게 반복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다. 거대한 소재임에도 씬의 레퍼토리가 비슷해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피로감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이 영화를 두고 2시간까리 snl이라 평했는데, 어렴풋이 그 느낌을 알 것만 같다.
종합하자면 아담 맥케이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다. 피로할 정도로 반복되는 풍자는 여전히 아쉬운 뒷맛을 남기지만 재치 있고 기발한 씬들이나 대사는 역시 감독 그만의 개성을 살리는 장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