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하지만 세속적인 수녀원의 이미지는 영화의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그려진다. 과일과 포도주 대신 돈을 요구하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도우려 하지 않는 이곳을 조소하듯 관조하는 영화의 태도. 폴 버호벤은 숨막히는 블랙코미디를 만든다.
<베네데타>는 성장과 정치, 로맨스와 스릴러의 장르적인 특징이 기묘하게 얽힌 독특한 영화다. 실화 기반으로 전기적인 성격을 분명 띄면서도, 수녀원의 권력을 두고 벌이는 두 그룹의 은근한 암투가 매력적이다. 소재에 업혀 가려는 나이브한 태도는 보이지 않으며 스릴러의 포인트를 만들어가며 소재와 이야기를 가지고 논다.
폴 버호벤이 만들어내는 혼란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내는 혼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부분의 영화에선 이것과 저것 중 무엇이 옳은가를 두고 관객을 혼란에 빠트린다면 폴 버호벤의 영화는 우리가 의심 없이 믿었던 것을 그 근본부터 전복시킴으로서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환상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무언가 뒤틀린 사랑. 베네데타는 신을 아가페하지 않고 에로스한 것일 테다. 허나 신을 향한 그 에로스적인 사랑이 기어이 세상에 힘을 미치게 된 이 아이러니. 미친 세상에서 이성에 의한 해결책과 선동에 의한 종교의 방식이 아이러니하게 인간들을 구원하는 이곳의 서사에서 폴 버호벤의 무신론적인 사상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