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뷰티>와 비슷한 소재, 비슷한 기승전결을 지닌 영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중산층 가족이 침몰하는 비극'의 대표적인 작품은 <아메리칸 뷰티>이지만 <아이스 스톰> 역시 그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전자가 가정의 '혼돈'을 블랙코미디로 읽어낸다면, 후자는 가정과 가정의 '균열'을 얼음보다 차가운 시선으로 적는다.
더해 <아이스 스톰>은 어른들에게서 아이들로 이동하는, '욕망의 전이'의 스토리텔링을 유려하게 전달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경탄스러운 것은 어른들의 욕망이 자식들에게 '스며드는 순간'을, 혹은 이미 '스며든 상태'를 당황스럽지 않게 전달한다는 것일 테다.
고상한 중산층의 두 가정. 그곳의 어른들이 욕망을 분출할 때 두 가정의 소년, 소녀들은 약동하는 욕망을 억누를 수 없다. 관계를 가질 뻔한 마이키와 웬디를 두고 훈계하는 벤의 모습에서의 역설적이고 우스꽝스러움은 조롱의 시선이다.
아이스 스톰이 내리는 날. 어른들은 '키 파티'를 벌이고 폴은 리베츠와 향락을 즐긴다. 웬디와 마이키의 동생은 억눌렸던 욕구를 분출한다. 세 시점이 섞이지만 산만하기보단 이 편집은 냉정해 보이기만 한다. 마이키가 죽은 뒤 그를 두고 저마다의 죄책감을 가지는 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냉소가 동시에 느껴진다.
세상의 기본을 이루는 가족이라는 존재와, 이와 동시에 인간의 가장 은밀한 구석인 성적 욕망이라는 소재를 한데 모아 가장 깊은 이야기를 만든 이안 감독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