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수없이 문제되어져 왔지만 여전히 당황스러운 수준이다. CG의 이질감이 상당하다. 몰입을 극대화하는 잘 빠진 CG샷 한 개를 집어넣는 것보다 몰입을 깨는 황당한 CG샷 한 개를 집어넣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시간에, 스콧 랭과 캐시 랭의 둥둥 떠다니는 얼굴부터 어떻게 좀 했으면 좋았을 것을.
국내 개봉 2일차 (2/16)에 극장 감상했기에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는 최소한으로 들은 채 영화를 확인했다. 10분쯤 보면서부터 나의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이 영화 <스타워즈> 우라까이네" 라는. 새로운 행성 그곳 나름의 왕국, 유니폼을 입은 병사들, 그 우주를 넘나들며 활극을 선보이는 스페이스 오페라. 허나 그 장르를 소화하기에 마블은 너무나 가볍고, 중후하지 못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의 실망스러움은 비단 이 영화 단독적인 완성도에서 있어서만이 아니다. 페이즈 5를 열어젖히는 작품이자, 페이즈 4의 작품들이 엔드게임까지의 마블의 발자취에 비교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물들을 보여주었기에, 또한 마치 <닥터 스트레인지 2>와 같이 새로운 것들을 '소개'하는 교두보의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의의가 개봉 전부터 상당했기에, 마블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조롱과 걱정이 뒤섞인 반응들로 기다려 왔을 테다. 불행히도 그들은 이런 완성도를 기다려온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멀티버스 사가의 최종 빌런인 캉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영화이기에, 캉은 압도적이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것이 배우의 명연으로 인함이든 영화적 연출로 인함이든. 허나 <앤트맨> 속 캉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텍스트로서의 설명은 많았지만 늘어지고 답답하기 일쑤였다. <인피니티 워> 이전까지 타노스는 짤막하게만 등장했지만 그 임팩트는 대단했고 관객들은 타노스라는 존재에 대해 기대했다. 타노스의 그 등장들이 대사가 많았다거나, 액션이 크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조쉬 브롤린과 마블은 관객들에게 타노스의 강력함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이와 다르게 '정복자 캉'은 관객들에게 각인되지 못했다. 고작 스콧 랭을 고문하는 것으로 캉의 강함을 어필하겠다는 것인가. (물론 <앤트맨>의 캉은 수많은 캉 중 '약한 캉'에 속했지만) 캉이라는 빌런의 향후 행적에 대해 관객들은 별다른 기대감을 가지기가 어렵다. 이 미완성된 빌런을 가지고 향후 우주적 스케일로 선보여질 것이 자명한 두 편의 <어벤져스>를 어찌 끌고 나갈 것인지 우려되기도, 또 한편으론 궁금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