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산맥이 합쳐져 관조적인 거리감과 초월적인 차가운 시선이 동시에 느껴진다. 핵심적인 것은, 그럼에도 설원의 풍경을 '미술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차라리 러프하게 전시해놓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상 <윈드 리버>는 테일러 쉐리던의 출세작인 (각본가로 참여한) <시카리오>의 이야기를 다시금 하는 듯 2부작처럼 보인다. 열정 있는 (두 편 모두 여성) 요원이 법의 상식 바깥의 대지에 던져져, 그곳을 잘 아는 전문가 동료와 함께 사건을 만나며 성장과 탈성장을 이루는 이야기. 망자는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세상, 운이 통하는 곳이 아닌 야생. 제인은 무법지의 규칙을 온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강렬하게 폭발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모두가 대치해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 결국 모두가 총에 맞는 액션씬. 그럼에도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그것처럼 어떤 카타르시스가 있진 않다. 영화의 마지막 완벽한 복수의 순간에도 쾌감의 카타르시스라기보단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어떤 운명적이고 체념적인 시선만이 느껴진다.
새삼스럽지만 제레미 레너는 이렇듯 굳센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부서질 듯한 모습 가운데서도 한 걸음씩 성장하는 엘리자베스 올슨의 이미지에도 부합하는 역을 만난 듯 하다. 우연찮게도 MCU에서도 비슷한 케미를 보여주었던 둘의 조합이 썩 매력적이다. 분명 인간보다 공간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이지만, 무법지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면모를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