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영화 역사에는 '양지'와 '음지'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대중적인 인지도나 어떤 수상 실적을 놓고 둘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정서'를 기준으로 잡고 싶다. A급 정서와 B급 정서로 나누고 싶다. 전자가 오즈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과 같은 인물들이라면, 후자는 이마무라 쇼헤이, 구로사와 기요시, 그리고 본작의 스즈키 세이준 같은 인물들이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이 후자의 감독들의 영화들에선 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광기가 흘러넘친다. 이 정서는 사실 아시아의 어떤 지역에서도 쉬이 찾아보기 어려운 물결이다.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그들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엿보이긴 한다.)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상술한 일본의 'B급 정서'의 영화들 중 아마도 최전선의 대표작으로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
<지고이네르바이젠>에는 내러티브가 없다. 군데군데 몇 개의 에피소드들은 존재하나, 씬들과 씬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여타의 영화들과 본작은 다른 길을 간다. 보란듯이 점프컷을 사용하고, 오타니 나오코의 1인 2역, 극적인 로우앵글의 사용,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상상,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점. 이질적인 순간들의 충돌로 인해, <지고이네르바이젠>의 공간은 현실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영화'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이 영화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당키는 할까. 스토리텔링은 길을 잃었다. 밑바닥 인생들의 본능에 충실한 삶을 보는 것과, 정욕에 이끌린 남녀의 액션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강렬하다. 식인에 가까운 전투가 불을 뿜는 와중에도 형식미는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총체가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