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첫 번째 에피소드와 두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좋았다. 1-2-5-4-6-3 순으로 좋았다. 제 3의 벽을 깨고, 어이없는 개그 감각을 보여주고, 타란티노가 생각날 정도로 만화적인 폭력성이 틈입하고, 그럼에도 영원한 건 없다며 모두를 조소하고 모두를 사뭇 심심하게 위로해주는 허무주의가 가득한 1번 에피소드가 유독 마음에 든다.
2번 에피소드에서도 역시나 허무주의와 나사 빠진 코미디가 즐겁다. 냄비로 무장한 기괴한 은행 직원이 달려오고, 주인공을 구해준 남자는 사실 도둑으로 밝혀져 애먼 주인공이 누명을 쓰고 기어이 처형당하게 된다. 죽을 인간은 뭔 짓을 해도 죽게 된다는 듯, 죽기 직전에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코엔이 만드는 기괴한 아이러니가 좋다.
매 에피소드마다 전통적인 서부극이 가지고 있던 병폐를 날카롭게 꼬집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허무함과 쓸쓸함을 가득 담는 연출법이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코엔의 유머는 잃지 않는 듯 매 에피소드에서 한 번씩은 피식 웃게 만들어주는 그들의 유머 센스가 놀랍다.
코엔의 명성다운 에피소드는 초반 두 개뿐이라는 다수의 의견에 나도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지만 다른 에피소드들도 소박하게 빛나는 영화의 조각이라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