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캡틴 아메리카인 팔콘과 '아이언하트'의 차이점은, 팔콘은 오랜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익숙해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가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주인이 된 것이 설령 '흑인'이라 해도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다만 이제 막 마블 메인 캐릭터로서 발돋움해야 하는 과제를 가진 '바쁜' 캐릭터이기에, 뉴 캡틴 아메리카의 옆에 조연으로 말 많은 뉴 팔콘을 두는 선택은 영리했다 생각된다.
다만 본색을 드러나는 것마냥 정치적 올바름을 설파하는 행태가 불만스럽다. 로스를 제외하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책임지는 모든 인물들이 유색 인종인데, 어쩌면 그러한 정치적 올바름의 형태가 되려 역차별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노골적이며 편향되어 있다. ('스턴스'의 배우는 백인이지만 그의 몰골은 백인이라 볼 수 없다) 샘 윌슨이란 유산은 멀티버스 사가의 유산이 아니라 인피니티 사가의 유산이다. 멀티버스 사가는 본작에서도 별다른 유산을 남기지 못한다.
극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스턴스가 아니라 레드헐크일텐데 그의 등장 장면에서의 임팩트가 제법 대단했던 만큼 해당 순간이 너무 늦게 등장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1시간 50분이 채 안되는 실 러닝타임에서 1시간 30분이 넘어서야 등장하는 최종 보스라는 시간 배분은 등장 이후를 아쉽게 하고 등장 이전을 인상적이지 못하게 한다.
전임자에 비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약한 자인 샘 윌슨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전임자와는 조금은 다른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는 이미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예상 가능했고, 그러한 이야기밖에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하여 기승전결이 강렬하지 못한 채 소박하고도 밋밋한 소동으로 끝이 나는 본작의 이야기를 변호할 순 없겠다. 좀 더 길고 컨텐츠가 많았다면 어땠을까 싶은, 꽤 괜찮았지만 금세 끝을 맺은 마지막 하이라이트 액션 시퀀스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