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하이 앵글의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오프닝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수많은 사람이 있는 광장 속 누굴 보는 건지 모르던 시선은 점차 한 명의 가면 쓴 광대에게 향하고 이어 어떤 남녀에게로 옮겨간다.
저격수의 시선이었던 이 카메라는 시선을 바꾸어 주인공을 비춘다. 집단적인 도청 팀인 주인공 일행은 왜 남녀를 관찰하는지도 모른 채, 피로함으로 관찰을 이어간다. 음침하고도 끈적한 이 오프닝은 근래 보았던 영화들 중 가장 기이한 호흡을 가졌으며 가장 특이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주인공인 해리 콜은 직업의 영향 때문에 과하게 사생활에 예민해 있다. 항상 경계하는 습관이 있으며 급기야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한다 믿는다. 남녀에게 위기가 닥칠 것이란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며 악몽에 시달린다.
켜켜이 지겹게 쌓이는 일상의 피로함을 나른한 재즈음악으로 그린다. 겹치고 끊기는 사운드와 이미지는 보고 있자니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정말 예술적으로 산만함을 표현한다. 도청장치가 있으리라 확신하며 집을 헤집을 때의 광기는 엄청나다. 이를 미끄러지듯 조롱하는 재즈음악 또한 놀라울 정도다.
현대인의 고독, 고립, 관음과 망상이란 우울한 주제들을 다루는 <컨버세이션>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코폴라의 다른 걸작들과 달리 거대하지 않으면서도 오로지 그의 연출력 하나로 또 하나의 정점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