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한 날 운명처럼 버스 안에서 첫눈에 반하고, 꿈만 같게도 그녀 역시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다. 어딘가 신비스런 두 번째 만남과, 제법 데이트 같은 세 번째 만남 그 일련의 과정은 과할 정도로 낭만스러워 무언가 불길하기까지 하다.
영화의 제목으로 인해 이 이야기의 반전을 자연스레 짐작하곤 한다. 이 반칙처럼 느껴지는 강력한 설정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부디 유치한 SF는 아니길, 어딘가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걱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 특이한 설정을 지탱할 만큼 연출에서의 인상적인 점을 발견하지 못하겠다.
원체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이기에 일차적으로 이를 관객에게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을텐데 그때마다 영화는 인물의 입을 빌려 그저 모든 걸 구구절절 '설명'하기에 그친다. 인물의 독백으로, 인물 간의 대화로, 아니 한번은 아예 칠판에 그린 채 이야기해준다. 진실이 밝혀지며 생기는 '효과'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고 당장의 설명을 해치우려 한다. 이 완성품은 영화일 이유가 없다.
결국은 우리가 헤어지게 될 것이란 걸 누구보다 믿지만, 동시에 미래 없이 사랑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라 믿는다. 운명의 잔인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 인물이 운명의 낭만성을 동아줄처럼 믿고 있다. 어떻게든 이 쌉싸름한 운명의 이별을 달래려 영화의 마지막에선 '이 둘은 다시 만난다' 는 식으로 계속해서 '무한루프'를 돌린다.
이렇듯 허술한 설정과 태만한 작법을 보여주지만 영화를 끝까지 버틸 만큼의 감성은 충분하다. 일본 영화의 프로토타입과도 같이 느껴지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감성이 이 영화에도 충분하다. 고마츠 나나의 매력은 인상적인 수준이다. 어쨌거나 여러모로 오래 기억할 거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