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은 많은 로맨스 영화들과 다르게 두 사람의 첫 관계를 '사랑'으로 애써 상정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위해 처음 만난 둘은 명백히 비즈니스 혹은 남남의 사이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허나 이후 동료가 되고, 깊은 우정을 나누다, 점차 사랑의 감정을 서로에게 느끼게 된다.
서로 이외에는 마주할 사람이 없는 드넓은 세계에서 차분히 전진하는 둘의 사랑은 그래서 설득력이 생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시간이 사랑에 미치는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영화다.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 서사도 밀도 있게 담아내지만 공간적, 시간적 '배경'의 묘사도 탁월하게 표현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가 절로 떠오르는 거대한 수직적 촬영과 울창한 산지의 멋은 살아있으며, '남자답게'를 강요하는 시대상에서 두 남성의 불안정한 심리는 섬세하게 쓰여 있다.
낭만이라는 감정 그 한 가지만 물고 늘어지는 여타의 로맨스 영화와 다르게, <브로크백 마운틴>은 두 인물의 사랑으로 인해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성실하게 담아낸다. 알마의 눈물, 로린의 분노. 알마와의 이혼, 장인과의 불화를 겪는 잭. 서로의 가정이 겪는 다른 불화를 영화는 정직하게 적는다.
장르의 특징이 '판타지함'이 거세된 <브로크백 마운틴>은 모든 걸 두고 도망칠 수 없음에 슬퍼하는, 세상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존재할 수 없음을 상기시키는 비극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