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우디 앨런은 소소한 재기와 디테일이 돋보이는데, 빚더미에 올랐지만 일등석 비행기에 탑승하고 패션은 루이비통에 온갖 액세서리, 즉 자존심의 껍데기만 꼿꼿하게 남은 재스민의 현 상태를 훌륭하게 나타냈다.
주인공이 참으로 매력적인데, 히스테릭하게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면서 콧대만 높아져 자신의 처지에 걸맞지도 않는, 꼴에 멋들어진 남자는 만나겠다고 방방 기는 모습들이 위선적이기도 하면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와 더불어 더없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그녀의 빛나는 필모그래피에서도 분명 최상위권의 퍼포먼스임에 틀림없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를 볼 때면, 그녀는 인물의 감정을 절대 다수가 공감할 액션으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든다.
뻣뻣한 목, 충혈된 눈 혹은 치를 떠는 손동작.
물론 이는 모든 배우들의 덕목이겠지만서도, 그녀의 연기는 문자 그대로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액션을 통해 연기를 한다. 그녀가 인물에 대해 얼마나 깊게 분석을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의 플롯은 온전히 주인공을 위한 구조인데, 영광스러웠던 과거와 비참하기 그지없는 현재를 교차시켜 그 차이를 강조시키는 방법은 고전적이지만 그만큼 확실한 작법도 또 없을 것이다.
단순히 시점을 교차만 하는 것이 아닌, 현재 시점에서의 문제가 과거 시점에서의 어떠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경우를 여럿 배치함으로써 두 시제를 잘 연결했다.
물론 이런 구조가 동반되다보니 서사에 있어서 조금은 양식적, 조금은 작위적인 순간들도 분명 있었지만(특히나 후반부 동생의 전 남편과의 재회) 주인공의 감정을 관객에 전달하는 최우선 과제는 성공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