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

1990 · 왕가위 · 홍콩
아비정전 포스터
94분 · 범죄 · 드라마 · 로맨스 · 15세 이상 · 출연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 음악 Terry Chan · 촬영 Christopher Doyle
이 영화로 지도 보기

보기 전에

주의사항 8개 보기
무거운 주제선정적 표현폭력 묘사거친 대사음주 장면격투 묘사성매매 묘사폭행 묘사확인된 것만 표시됩니다. 없다고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길 찾기여기서 다른 영화까지 몇 걸음일까→
시놉시스 보기

발 없는 새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날아다닐 수 밖에 없는 아비. 바람기 많은 그는 축구경기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을 매일 찾아온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별점과 글 보기 · 1,406자
★★★★☆4.53.0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글 보기 · 줄거리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이긴 뒤 나에게 무너졌을 때

<아비정전>은 이야기로 기억되는 영화가 아니다. <아비정전>은 1960년대 홍콩의 습도로 기억되는 영화이며, 달을 걷는 듯 느릿하고 몽롱한 리듬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영화의 카메라도 그렇다. 어쨌거나 인물을 카메라 안에 담아두고는 있지만, <아비정전>의 카메라는 인간보다 공간이 중요하고 중심보다 외곽이 중요하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아비정전>의 카메라는 아비 같다. 카메라는 이야기를 서포트하지 않는다. 비효율적이고 무위도식한다.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카메라는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의 정수를 담아내고 있다.

​

왕가위의 영화를 볼 때면 시간 개념이 희미해진다. 체감상으론 1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시간을 확인해 보면 이제 30분을 막 지났다. 왕가위의 영화가 지루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남들의 영화에 비해 왕가위의 영화는 한 두 걸음 더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왕가위의 영화들은 90분 남짓한 러닝타임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그의 영화는 체감적으로 2시간이 넘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왕가위의 영화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걸어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영화들은 러닝타임 동안 걷기도 하고 가볍게 뛰기도 하고 전력질주하기도 한다. 또한 어떠한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뛰어다니기도 한다. 왕가위의 영화는 한 순간도 뛰지 않는 영화이며, 동시에 한 순간도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걸어가는' 영화다.

​

왕가위는 시간이라는 필생의 테마 아래 본작에선 영원과 순간, 잊혀짐과 기억을 전시하고 있다. 이제는 영원을 믿기 어려워진 아비의 엄마는 이와 동시에 잊혀짐을 두려워하고 있다. 순간이 영원이 되어 영원히 기억되리라 찬미하던 아비는 영원히 잊혀짐을 위한 순간을 선택했다. 수리진은 영원을 꿈꿨으나 아비에게 그녀는 그저 순간이었고 그녀는 또 다른 인연에게 영원과도 같은 순간을 안겨 주었다. 아비의 뒤를 좇는 루루는 인생의 지극히 짧았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

<아비정전>은 이야기로 기억되는 영화가 아니다. <아비정전>은 영원히 기억될 만큼 밝게 빛났던 장국영의 순간들로 기억되는 영화다. <아비정전>은 외나무다리 위에서 유희할 뿐인 위태함이 끝내 더없는 멋으로 관철되기에 매력적이고, 희망을 품은 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기에 씁쓸한 비극을 마주함에도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의 반짝이는 순간만을 잔상처럼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는 무엇입니까? 만약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가 왕가위의 영화라면, 그것은 당신이 어느날 문득 떠올렸을 다른 영화보다 선명하게 재생되고 있을 것입니다.

​

<maria elena>, <siboney>, <always in my heart>, 그리고 러닝셔츠 차림의 맘보 춤 추는 장국영을 기억하며.

여기서 이어지는 갈래

지도
「서사가 아닌 서정」 지도›
사람
이 감독을 더 보고 싶어9편›
이 배우를 더 보고 싶어4명›
소재
입맞춤이 나오는 영화4편›
필리핀이 배경인 영화4편›
뱃사람이 나오는 영화4편›
실연을 다룬 영화8편›
구타가 나오는 영화10편›
짝사랑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10편›
홍콩이 배경인 영화를 더18편›
삼각관계가 궁금해39편›
비가 내리는 영화가 좋았어40편›
기차역이 나오는 영화41편›
성매매를 다룬 영화가 궁금해43편›
엄마와 아들 이야기가 좋았어47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궁금해49편›
싸움이 나오는 영화를 더51편›
춤이 나오는 영화가 좋았어71편›
라디오가 나오는 영화74편›
연애를 다룬 영화가 궁금해80편›
경찰 이야기를 더139편›
사랑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149편›
부모와 자식 이야기가 좋았어152편›
예술가가 나오는 영화가 궁금해179편›
멜로·로맨스를 더 보고 싶어211편›
범죄물을 더 보고 싶어264편›
역사물을 더 보고 싶어364편›
리뷰
리뷰에서 함께 이야기한 영화4편›
음악·촬영
촬영 · Christopher Doyle7편›

이 영화 다음에 볼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