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 솜브레로를 쓰고 백인들을 겨냥하는 그 자체만으로 흥미롭다. 타란티노는 기어이 이번엔 흑인에게 솜브레로를 씌우고 말을 태운다. 그럼에도 여행, 황무지, 액션 등 서부극의 낭만은 그대로 이어간다.
음악, 액션, 플롯, 대사, 구도 등. 영화의 모든 뼈대를 기막히게 닦아놓은 동시에, 수많은 캐릭터들이 스스로의 매력을 이 영화를 뚫어버릴 정도로 발산한다.
타란티노의 바로 전작인 <바스터즈>에서의 크리스토프 발츠가 역사에 남을 악역 한스 란다를 선보였기에, 이 영화에 오프닝부터 등장하는 크리스토프 발츠 '닥터 슐츠'를 보는 순간 우리는 긴장케 된다. 허나 마치 제임스 카메론이 전작을 이용해 <터미네이터 2>의 반전을 만들었듯, 타란티노는 영리하게도 관객이 크리스토프 발츠에게 가지고 있었던 불안함을 이 영화의 '닥터 슐츠'에 대한 동력으로 활용해 분명 선인임에도 미묘한 화약고와 같은 긴장감을 제공한다.
허세 가득하고, 남성성을 과시하고, 돈에 미치고, 목적 중심적인 '무슈 캔디'는 많은 부분에서 <베테랑>의 유아인이 오버랩된다. 그 중 '골상학 시퀀스'는 아마도 디카프리오라는 배우의 경력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순간만큼은, 공간의 그 수많은 어떤 배우보다 뛰어났다.
눈치 빠르고 아부하고 '백인보다 흑인을 증오하는' 흑인 '스티븐'은 말하자면 이 영화의 인종적 혐오의 장에서 중간계에 위치한 인물이다. 한 톤 높고 한 톤 얇은 목소리로 스티븐을 연기한 이 영화의 사무엘 잭슨은 타란티노의 다른 작품들과 조금은 다른 측면의 연기를 보여준다. 역시 타란티노의 작품인 <펄프 픽션>과 함께, 사무엘 잭슨의 최고 연기 중 하나.
무엇보다 제이미 폭스의 카리스마와 타란티노의 센스가 돋보이는, 후반부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21세기 최고의 실내 총격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