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링거>는 '정신적 샴쌍둥이'를 다룬 영화다. 엘리엇과 베벌리는 몸이 나뉘어 있는 일란성 쌍둥이다. 아마도 평생의 일과 서로의 감정들을 공유하며 살아갔을 테지만, 베벌리에게 아마도 처음 찾아왔을 진정한 사랑 클레어로 인해 처음으로 그들 간 '공유사회'에 균열이 일어나게 된다. 샴쌍둥이를 분리시키려는 외부의 세력이 개입하자 그들의 사이는 멀어지고, 그 외부의 세력이 떠나자 둘의 사이는 다시 가까워지게 된다. 참으로 낯선 이야기와 소재이지만 크로넨버그는 타협 없이 관철시켜나간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은 그 비주얼과 감정을 마주하는 데 있어 기대 이상으로 기괴하지만 한편으로 예상치 못할 정도로 극히 슬픈 감정마저 느끼게 한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를 칭찬하는 데는 끝이 없을 것 같다. 엘리엇과 베벌리를 구분하는 데 분명 의상의 차이 등 외적인 차별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두 인물의 성향과 방향성의 차이를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차별화된 연기에 가장 큰 공이 있을 테다. 엘리엇을 연기할 때는 서늘하고도 사악한 '미소'에 중점을 두었고, 베벌리를 연기할 때는 순진하고도 여린 '눈동자'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한 명의 배우가 자신의 경력을 통틀어 독보적으로 밝게 빛나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면, <데드 링거>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그런 순간이 담겨 있는 작품이 아닐까.
다만 영화적으로 궁금증은 과연 이 영화가 쌍둥이라는 소재와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를 제외하고서도 말할 거리가 있는 영화인가에 대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