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Backrooms

2026 · 케인 파슨스 · 미국, 캐나다
백룸 포스터
111분 · 공포 · 미스터리 · SF · 15세 이상 · 출연 치웨텔 에지오포, 레나테 레인스베, 핀 베넷, 루키타 맥스웰 · 음악 Edo van Breemen · 촬영 Jeremy C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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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슬픔의 얼굴을 하고 있는, 야망과 무의식의 저편의 공간

비 온 뒤 아스팔트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아스팔트 위에 얕게 고인 물은 하늘과 도시의 건축물들을 위아래로 완벽하게 뒤집어 비춘다. 마치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세계 아래에 또 다른 차원의 리얼월드가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백룸>은 바로 그러한 모티프를 실재하는 공간으로 형상화한 영화다. 거울에 뒤집힌 듯한 저 너머의 공간은 분명 이 세상의 익숙한 것들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지극히 생경하고 오싹하며 미스터리하게 다가온다.

백룸의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정말 넓은 그 안의 공간에서, 인물들은 정체불명의 소리나 신호를 따라가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길을 잃고 만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방들과 그곳에 무심히 나뒹구는 물건들의 배열은 마치 일인칭 생존 게임을 보는 듯한 독특한 질감을 선사한다. 공간을 디자인하고 통제하는 감독의 재능은 약관의 나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탁월하다. 아쉬운 동시에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공포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결코 파괴적이거나 폭발적인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기묘한 미궁은 차라리 사람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이 맴도는 곳이자, 무의식이 유기된 거대한 쓰레기장처럼 기능한다.

이 무의식의 쓰레기장 속에서 두 주인공 클락과 메리는 각자의 트라우마를 안고 헤맨다. 이 둘은 공간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완벽한 대비를 이룬다. 클락은 현생에서의 실패와 자아실현의 좌절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다. 결국 리얼월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저편 너머의 공간으로 도망치듯 숨어버린 인물이다. 반면 메리는 과거의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다시 리얼월드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아가고자 발버둥 치는 인물이다.

특히 인물 활용에 있어 메리의 서사 구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1부에서는 단순한 조연에 불과해 보이던 그녀가 왜 그렇게 비중 있게 다뤄졌는지 의아함을 자아내다가, 결국 2부를 이끄는 진정한 주인공으로 부상하는 극적 반전은 꽤나 흥미로운 동력을 준다. 결과적으로 <백룸>은 무의식의 공간을 빌려 현실에서 도피한 자와 현실을 다시 마주하려는 자의 딜레마를 서늘하고 건조하게 묘사해 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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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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