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한 유사 가족의 달라진 처지에서 생기는 유머나 달라진 상황에서 생긴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과정은 마음에 들었다. 작게는 너바나의 노래를 편곡해 선보인 것도 마음에 든다. 그거 말곤 없다.
초창기 마블 영화들의 특징은 빌런이 약하고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페이즈가 거듭되며, 특히나 인피니티 사가에선 마블의 빌런들이 히어로 이상의 매력을 지니는 경우들도 많아 더욱 흥미로웠다. 허나 이 영화는 초창기 마블 영화처럼 밋밋한 빌런의 형태를 보여주기에 아쉽다. 빌런의 존재감이 약하기에 후반부 대규모 액션신의 임팩트도 그 스케일에 비해 약하고 흐릿하다. 마블은 언제나 소위 말해 '뽕 차는' 순간들은 한 번씩 만들어 주었던 프랜차이즈인데 이 영화에선 발견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재회하는 것이기에 감정적으로나, 이 영화가 앞으로 보여줄 액션의 방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도 두 주인공의 대면 시퀀스는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퀀스의 액션은 '본 시리즈'의 기시감만 느껴질 뿐, 피사체의 장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숏만 낭비하는 정신없는 시퀀스로 붕 뜨기에 그친다. 나타샤와 옐레나가 선보인 현란한 액션들이 아깝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 프랜차이즈를 3천만큼 사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신작이 개봉할 때마다 매번 극장에서 관람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10년 넘게 마블을 지탱해 온 여전사에게 바치는 솔로 무비의 수준이 이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다.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하며, 활약했던 기간에 비해 그녀의 뒷이야기는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적은 것이 늘 아쉬웠기에 솔로 무비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더욱 풍성한 그녀의 캐릭터성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했건만 결국 또 하나의 지루한 공산품만을 보여준 마블의 태도가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