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끼 있는 B급 정서의 안티 히어로, 피카레스크, 이이제이. <야당>은 분명 처음 본 영화는 아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장면들과 이야기다. 그것이 몰개성하다는, 예술에선 가장 핸디캡이 될 평가를 피할 수 없겠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보장한다는 말이 되기도 할 테다. 언젠가부터 한국에 이러한 스타일의 영화들이 많이 생겨난 거 같다. 또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외국의 팬들이 한국 영화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런 '강렬하고 어두운 정서'라는 것이 놀랍지 않을 따름이다. 몰개성일지 몰라도 확실한 맛을 보장해 주는 국밥이다. 상재의 '건'을 가로채는 구 검사에게 "검찰이면 남의 피의자 가로채도 되는 겁니까?!"라며 소리치는 상재의 대사는 소재를 활용해 정공법으로 때리는 인상적인 대사다.
대부분의 한국영화에서 그렇지만 특히 <야당>은 배우들의 힘이 대단한 영화다. 강하늘에게 놀란 것은, 영화의 초반 익숙한 정도의 정서로 어필하는 그 캐릭터를 보았을 때 다소 뻔한 기시감에 갸웃했지만 영화 내 '표현의 수위'보다 영화의 '정서'가 훨씬 진했다. 내 생각보다 진했던 정서를 감당해 내야 했던 배우 강하늘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또한 유해진은 새삼 만능 배우라는 것을 느낀 것이, 그는 선역과 악역, 천재와 범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대부분 상업적인 이유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객관적인 미남들이 극의 엘리트이자 브레인 역할을 맡는 경우가 흔한데, 이 배우의 엘리트 역할은 어느 배우의 그것보다 확실한 설득력을 준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박해준. '혼돈의 눈빛 연기'는 우리나라 1등이 아닐까. 그리고 신현빈 배우는 사랑스러움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인상적인 배우다.
그렇게 준수한 것들을 이어나가던 영화는 '복수'를 말하는 순간들부터 (이전보다 더) 눈에 뻔한 흐름들로 전락한다. '첨단기기' 한 번의 사용으로 모두 뒤집히는 사건. 너무나 간편하다. 예상마저 쉽게 가고 기능적으로도 반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이런 식의 반전은 말하자면 이때까지 쌓아 온 서사와 감정들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