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필모그래피에선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 소재건 연출이건, 특히나 작가주의로 분류되는 감독들의 필모그래피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겉으로 유독 튀는 작품들이 있다. 허나 영화를 보고 나선, 또 신기하게도 그 감독의 정서를 그대로 계승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주자인 허오 샤오시엔이 만든 무협 영화 <자객 섭은낭>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총칼과 전투 없는 서부극인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등이 그 예시처럼 다가온다.
마틴 스콜세지의 1985년작 <특근>을 처음 보게 되는 순간에는 분명 우리가 알고 있었던 스콜세지의 특징과 사뭇 다른 외양이 등장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냉담할 정도로 내러티브와 플롯에는 무심경하고, 우아함 가득하게 움직이던 그의 카메라는 계속해서 비정형적으로 툭툭 끊긴다. 5년 뒤 등장한 <좋은 친구들>과 이 영화와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면 두 영화는 거의 대척점에 있는 듯하다.
허나 뜯어보면 <특근> 역시 마틴 스콜세지의 테마인 블랙 코미디의 자장 아래 존재하고 있다. 그저 하룻밤의 여흥을 꿈꾸었던 소시민의 일탈 시도는 계속해서 풀리지 않고 꼬여 간다. '무언가를 위해서'만 이뤄졌던 관계 맺기는 매번 비극으로 끝났다. 진정한 우정과 사랑은 없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사건은 계속해서 생겨나지만 영화의 리듬은 몽환적이고 마치 <컨버세이션>의 느릿함을 보는 것 같았다. 치명적이고 센스 넘치는 엔딩까지 인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