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류의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두고 계속해서 맴도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 영화가 기획 말고 영화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다. 훌륭한 기획이다. 그러나 훌륭한 기획만으론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없다. 한 편의 영화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 무언가를 ‘알리는’ 것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라면 본작은 그 목표를 완벽히 달성한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상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것에 더해, 마치 인물들의 주변 인물인 양 밀착하여 의인화된 카메라, 그리고 클로즈업과 핸드헬드는 다르덴 형제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최초로 들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살려야 한다는 오마르와, 그보다 상관의 위치에 있기에 팀원의 희생까지 신경 써야 하는 마흐디의 서로 다른 고뇌는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이런 관점, 저런 관점이 있으며 그 각자는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말하고픈 심산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간편한 캐릭터라이징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오마르와 마흐디의 (상당히 장르적인) 언쟁 장면들이 힌드의 목소리에 버금갈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그것이 맞는 방향이었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양념’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전전긍긍하는 힌드의 사촌이 마흐디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절차를 일일이 설명하게 하는 장면과, 동시에 현장에 가 있는 동료 마드훈에게 비공식 루트를 알려주는 오마르, 그리고 그를 저지하는 마흐디와 둘이 싸우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정말로 ‘구리다’고 느껴졌다. 힌드의 실제 목소리가 등장하며, 말하자면 논픽션스러운 거친 장면들이 이루어져 있지만, 그러한 장면들은 각본의 향기가 너무나 나는, 너무나 ‘매끈한’ 완성도의 장면이기에 역설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명백히 본작의 하이라이트이자 강력한 서스펜스가 배치되어 있다. 드디어 그 ‘절차’가 해결돼 힌드가 갇힌 곳으로 가까이 다가간 마드훈 일행을 위성과 음성으로 파악하는 주인공들. 그러나 그 희망은 이내 거친 총소리와 함께 다가온 섬뜩한 공포와 절망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되어버린다. 절망에 빠진 그들이지만, 계속해서 방법을 강구하는 것 외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그리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일지도 모르기에, 그들은 그들의 일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그때 불쑥 카메라에 등장하며 그들을 촬영하는 누군가의 (아마도 라나의) 손. 흥미롭게도 그 손에선 실제 그 순간을 촬영했던 버전이 재생되고 있다. <힌드의 목소리>는 근본적으로 ‘재현’하는 영화이지만, 이 순간은 재현도 아니고 실제도 아닌 제3의 공간이 창조된다는, 혹은 그 사이에 끼어드는 느낌마저 든다.
엔딩에 삽입된 실제 장면들까지를 보았을 때 이 영화를 <바시르와 왈츠를>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완성도는 매우 차이 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상술한 엔딩 직전의 저 장면으로 인해, 감독이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이 영화의 스탠스를 짐작할 수는 있어 그것이 마음에 든다. 재현과 기록 사이의 경계에 놓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