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야기>는 시작하는 모든 순간들에 대한 모든 감정들을 예리하게 포착한 영화다. 새로이 살게 된 공간을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과 동시에 낯선 곳에 당도한 이방인이라는 두려움, 새로운 학교에 진학해 맞닥뜨리는 수많은 낯선 것들, 언제나 떨리는 자기소개 시간,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사랑까지, 영화는 다양한 시작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렇듯 <4월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장치를 마냥 희망적인 정서로만 채색하는 태만함을 보이지 않았지만, 동시에 이야기를 뒤흔드는 어떤 강렬한 비극이 닥치진 않으리라는 확신을 준다.
<4월 이야기>는 바라봄으로 시작해 바라봐짐으로 끝나며, 우산으로 시작해 우산으로 끝나는 인상적인 수미상관 구조를 보여준다. 첫 시퀀스는 약간 높은 위치에서, '도시'로 대학을 가는 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가족을 그 딸(우즈키)이 바라보는 시점 숏으로 시작했다. 반면, 마지막 시퀀스는 서점에서 근무하는 야마자키가 사다리에서 내려오며 우즈키를 내려다보는 장면에서 시작했다. 이는 '분리'되어 혼자였던 우즈키가 '함께'가 되는 변화이자, 바라보던 존재에서 바라봐지는 존재로서의 변화를 나타냈다. 또한, 낯설었던 공간에서 '관계 맺음'을 통한 성장을 시사했다. (이미 맺어진 관계인) 부부의 우산으로 시작했던 장면이, (이제 막 상대방과의 관계가 맺어지려는) 우즈키의 우산으로 끝나는 것 역시 이러한 변화와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로맨스에서 비와 우산은 때로 중요한 장치가 되는데, 이 영화의 장면들은 <클래식>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4월 이야기>의 인공적일 정도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는 매력적이다. 햇빛에 뿌연 듯한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색감은 그의 인장과도 같았다. 인물의 행동이 다른 인물에게 영향을 주고, 그 인물의 행동은 또 다른 인물에게 영향을 주는 이와이 슌지 특유의 '연결' 방식은 영화에 시적인 리듬을 제공했다.
주연 배우의 캐스팅은 참 맘에 들었다. 보다 적극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우즈키 역할을 맡았다면, 이 영화 특유의 설렘과 섬세한 감정선은 잘 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자가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면, 그 역시도 이 영화의 순수성에 별 도움은 되지 않았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