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광선>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어느 평범한 청춘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부족할 것도 없지만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은 모습. 다만 조금 많이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까닭에 관객은 델핀에게 이입이 되다가도 멀어지고 한다.
사랑에 관심 없는 것은 아니야. 사랑은 찾고 싶어. 그러나 먼저 나설 용기는 없어. 다가오는 남자는 아직 두렵거든. 사람들 앞에선 제법 밝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홀로 남겨졌을 땐 눈물 흘리며 우울한 영화의 주인공 델핀은 우울에 빠진 인물이다. 자신은 우울하지 않다 역설하지만 너무나도 불안정한 감정 상태의 그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자신은 까다롭지 않다며 스스로를 변호하는 그녀.
그럼에도 <녹색광선>은 주인공의 불안을 영화 전체에까지 전이시키진 않는다. 우울과 낭만이 한 편의 영화에 공존해 있을 수 있을까. <녹색광선>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겠다. 분명히 주인공 델핀은 내내 우울에 빠져 있는 인물이지만 그것이 영원한 절망으로 남지는 않으리라는 긍정이 영화에는 함유돼 있다. 해변은 분명 아름다우며 공간을 점유하는 수많은 인파의 미소들은 진실하다. 낯선 공존이자 기묘한 동거인 두 정서.
손익을 따져봤기에 솔로로 지내는 것이 이득이라 판단한 델핀은 한편 자신을 합리화한다. 자신은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며, 그저 관찰할 뿐이라는 델핀에게 상대방은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고. 정말로 그녀가 먼저 다가가자 만남은 이루어진다. 역에서 우연히도 어떤 남성을 마주치고, 처음으로 '먼저 제안'을 하게 된다.
엔딩에 이르러 드디어 관객은 델핀과 동화가 된다. 일몰의 순간 찰나와도 같이 녹색의 광선이 나타나는 것을 델핀과 관객이 똑같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확인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화적인 경험이다. 우리는 언제든 이 영화를 다시 돌려볼 때 언제나 델핀과 같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포착해 순간을 영원히 봉인하는 것. 영화의 의의가 그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