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은 참 특이한 감독이다. 분명 거대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며 매력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는 감독이지만, 그의 작품 간 퀄리티는 너무나도 들쑥날쑥이다. 때문에 작품들 간의 호불호도 갈린다. 동년 개봉한 <라스트 듀얼>은 내 마음에 들었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하우스 오브 구찌>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작 소식을 듣곤 <대부>의 묵직함을 기대했지만 이보단 많이 가벼웠다. 그래도 괜찮았다. 거대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흡입력 있게 다루는 내러티브를 기대했지만 이 영화의 포커스는 한 여성에게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치열한 심리극이나 강렬한 권력 전투를 기대했건만 밋밋하게 일방향으로만 전진하는 지루한 화법마저는 내 입장에선 견디기 힘들다.
수많은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이 영화의 이미지는 어떤 '텍스트'들을 표현하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 이 영화에 비 내러티브적인 요소가 있는가. 내 기준엔 없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즐거웠다. 아담 드라이버, 제레미 아이언스, 알 파치노, 자레드 레토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특히 레이디 가가의 연기가 돋보였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그녀는 참 재능이 많은 아티스트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