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든 생각은, '가다'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장재현 감독의 필모 중 가장 타협이 들어간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파묘>에는 영화에서 '대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들이 들어가 있고, 영화에서 '대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은 것들이 들어가 있지 않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오컬트라는 소재를 제외하고선 별다른 개성이 느껴지진 않는다.
주연 한 두 명에 여러 명의 조연이 있는 경우가 있고, 4~6명의 주연이 있고 적은 조연이 있는 경우가 있다. <파묘>는 후자의 경우다. 요지는 영화에 주연이 많다는 것이다.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 중 어느 한 명을 조연이라 부르기 어렵다. 그렇다면 그 네 명이 극중에서 모두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했을텐데, 예상대로였던 최민식/유해진 이외에도 김고은과 이도현 역시 스스로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김고은은 극을 마치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녀가 이렇게나 존재감이 거대한 배우였던가. <파묘>에서 김고은은 위대한 배우였다.
어쨌거나 <파묘>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도'일 것이다. 2부에서 그 정도가 반감된 면이 있지만, 1부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오컬트라는 소재는 굉장히 강렬한 소재인데, 마치 관객을 빨아들이는 듯 자신의 이야기로 관객을 초대하는 스토리텔링이 <곡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파묘>는 가장 멀리 떨어진 나라에 뿌리를 내린 우리 민족의 이야기로 시작해, 가장 가까운 나라의 민족이 우리 나라에 뿌리를 내린 이야기로 귀결된다. 영화는 1시간이 조금 지난 후 1부가 마무리된다. 정확히 영화의 중간을 기준으로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양식을 먹고 있는 사람의 밥그릇을 뺏은 뒤 한식을 내오며 이것이 진짜라고 강요하는 듯하니 아직 양식의 맛이 입 안에 남아있는 사람 입장에선 한식의 맛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셈이다. 그 한식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식자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갑작스레 눈앞에 놓인 한식을 거부하는 자들의 반응은 감독이 각오해야 할 몫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공포는 '보여주기 전'이 가장 심하다. 공포의 그 대상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는 그 공포가 반감되기 십상이다. 1부에서 내내 팽팽하게 만들어 놓았던 '공포'가 2부에서 사라진 것이 아쉬웠다.
또한 '갑작스레 크리처물로 전환된 것'보다 아쉬운 점은 '갑작스러운 민족 정기의 주입'일 것이다. 그 방식이 일부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일방적으로 이루어졌기에 당황스러운 면이 있었다.
2부가 이렇지 않았고, 끝까지 1부와 같은 태도로 밀고 나갔다면 지금과 같은 기록적인 흥행은 어렵지 않았을까. 풍수사 상덕의 뚝심보다 감독 장재현의 뚝심이 더 기억에 남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