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 양 옆으로 꽉 막힌 차량. 지독한 정체, 새어오는 연기, 답답하게도 열리지 않는 창문. 그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 귀도. 답답함에 문을 마구 치다 탈출한 듯 하늘로 비상하지만 이내 발이 붙잡힌다. 꿈 속에서도 도망할 수 없는 지독한 악몽. 그야말로 굉장한 오프닝이다.
여러 '영화인'들을 바쁘게 마주치며 귀도는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 창의력의 저하에 대한 두려움. 귀도는 때문에 도망하려 한다.
과거로 도망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에게로 도망치려 하지만 그곳에도 낙원은 없다. 자신의 아내 루이자에게도 낙원은 없고, 어린 시절 기억의 사라기니에게도, 이전 연인이었던 클라우디아에게도 낙원은 없었다.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못했기에 귀도에게 돌아갈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총을 발사한 주인공을 가진 <8과 1/2>은 이어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정점의 경험을 만든다. 시공간을 초월해 귀도 그와 연관된 모든 인물들을 한데 모아 손들을 맞잡는다. 안타깝게 전락하는 한 예술가를 위한 페데리코 펠리니의 선물이자 감독 자신에게 스스로 건네는 위로처럼도 느껴진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마법을 부리는 순간을 '영화적인 순간'으로 정의한다면 그 '영화적인 순간'에 완벽히 부합하는 엔딩이 아닐까.
마치 어느 날 한밤에 꾸었던 꿈이 떠오르듯, 어느 날 나에게도 언뜻언뜻 번뜩번뜩 떠오를 것만 같은 그런 영화.
**(펠리니가 이 영화에 대해 언급했다는 내용)**
**"나는 만들려고 한 영화가 어떤 것인지 모르게 되어 버린 영화감독이었다. 그러자 바로 그 때 전부 해결됐다. 나는 갑자기 영화의 확신에 파고들었다.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을 말하면 된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었는지 알 수 없게 된 영화감독 이야기를 영화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