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자매인 에스터와 안나 간의 대비되는 구도일 것이다. 호텔 방 안에서의 에스터는 추위를 느끼지만 안나는 시종 더위를 느낀다. 에스터는 자위행위를 할 때마저 옷을 철저하게 입는 인물이지만 안나는 자유롭게 옷을 벗거나 자유로운 복장을 즐기는 인물이다.
언니인 에스터의 건강의 문제로 인해 오게 된 호텔이지만, 자매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간의 소통은 삭막하며 냉담하다. 에스터는 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용납하지 못해 발악을 하는 등 자존심과 우월감이 분명 가득한 인물이다. 안나는 그러한 언니의 심리를 이미 알고 있으며 오랜 기간 언니를 두려워했다.
문자 그대로 낯선 공간에 도착한 이들이지만 그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욕구를 외부인들에게서 충족시키려 한다. 에스터는 말이 통하지 않는 노인 직원에게서 위로와 보살핌의 정신적 치유를 얻으려 하며, 안나는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 식당의 청년 웨이터와의 성적 관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 한다. 이들의 행동이 일시적인 위로와 쾌락의 충족으론 기능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둘은 다시 결핍으로 인해 외로워진다. 에스터는 다시금 보드카와 담배에 의존하게 되며 안나는 무심한 혼잣말을 통해 외로움을 배설하게 된다.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두 인물의 대화는 서로간의 장벽을 허물지 못하며 오히려 감정의 골만 깊어지게 만든다.
한편 안나의 아들이자 에스터의 조카인, 두 여주인공 사이에 놓인 소년 요한의 행적은 인상적이다. 요한 역시 에스터&안나와 마찬가지로 그만의 외로움을 느낀다. 요한은 안나라는 존재에 앞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시종 좇으며, 아버지라는 존재가 소년 자신에게 낯선 관념인 듯 남자들에게 어설픈 어리광을 부리곤 한다.
요한의 예시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 자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정서는 외로움이다.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내면과 외면의 외로움을 누구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기에 생기는 고통의 침묵을,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흑백 화면으로 포착한 잉마르 베리만의 역량에 또 한번 놀라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