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흑백의 포맷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순간들로 가득하다. 흰 커튼이 흔들리는 이미지, 타오르는 불꽃, 극적인 그림자, 흑백만이 가질 수 있는 질감으로 가득하다. "흑백은 상을 불러오죠."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었던 코엔이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농담의 궤 아래 있는 경우는 아닌 듯 싶다.
잉마르 베리만의 형체가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감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나 <제 7의 봉인>의 심도와 구도가 많이 떠올랐다. 약 100여년 전의 무성영화들에서 찾을 수 있는 강렬한 이미지들도 이 영화에선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전체적으로 연극적이고, 문어체적이다. 문어체 대사로 인해 다음 대사가 필연적이고 기계적으로 붙는 듯한 느낌은 살짝 아쉽긴 하다. 그럼에도 서사가 아니라 순간에 집중하는 이 영화의 아우라는 그 나름의 단점마저 덮는 듯하다.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 역을 맡은 덴젤 워싱턴과 프랜시스 맥도먼드. 두 명배우의 연기는 감동이 나온다. 정말정말 연기를 잘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배우인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는 날카롭고 섬세했고, 코엔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맥베스의 모래성같은 '부서짐'을 표현함에 있어 완벽했다. 개인적으론 2021년에 개봉한 영화 중 (이미 오스카를 받은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를 제외하고) <파워 오브 도그>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남우주연이었다.
유명 영화 블로그인 '슬래시 필름'은 이 영화를 두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다." 라고 평했다. 명불허전. 코엔은 홀로서도 코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