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기에 앞서, 난 액션을 싫어한다. 특히 첩보는 더더욱 싫어한다. "액션 장면을 보지 않아도 내용 이해는 문제가 없잖아!" 라는, 어찌 보면 웃긴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액션 장면들이 나올때면 자주 졸곤 한다.
친구들이 이런 날 보고 이상하다 하지만, 뭐 어떡하겠나?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전작 두 편이 개인적으로 썩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또 내가 액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이 영화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봤다.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오 지쟈스.
장면 자체의 박력이 압-도-적이면 액션 장면에 심드렁한 나도 영화에 사로잡히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미임파6>의 아이맥스 후반 헬기 시퀀스에서 그랬었다.
이 영화에선 두 번이나, 그런 장면들이 있었다.
안톤 쉬거를 체포하는 씬과 안톤 쉬거의 청문회 습격 씬.
특히 후자의 경우는 첩보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아니, 정확하겐 세 번 그런 장면들이 있었다.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 이는 정말 오랜 시간동안 기억될 장면인듯 싶다.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엄청난 영상미에 아델이 부르는 Skyfall. 반칙 아닌가.
<아메리칸 뷰티>, <1917>에서도 드러났지만,
샘 멘데스 이 인간은 영화를 깔쌈하게 만들 줄을 안다.
쿨하면서도, 착착 감기게 장면 장면을 만들 줄 아는 거 같다. <1917>은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영화의 스타일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빌런이 등장한 작품이라고도 생각한다.
안톤 쉬거 이 썅놈이 염색을 하고 돌아왔다. 탈색인가?
극혐이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참 연기 잘한다. 보는 내가 다 치가 떨렸다.
로저 디킨스 특유의 조명과 실루엣의 대비를 이용한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연출은 특히 마지막 저택 시퀀스에서 두드러졌다. 마지막 장면 이전부터 촬영이 특히 맘에 들어서 누구지? 로저 디킨스인가? 하다가 저택 시퀀스에서 그임에 확신을 가졌다. 숨길 수 없는 개성.
누구라도 <나 홀로 집에>를 떠올릴 수 있는 저택 시퀀스는 호불호가 분명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좋았다.
이전까지의 배경과는 전혀 다른 공간과 템포로 이야기를 변주하는 방식이 예측 불가였고 독창적이었다.
로저 디킨스의 빛나는 촬영과 더불어, 잊지 못할 장면들을 만들었다.
조금 과하게 강조한 U.K.의 국적성.
극을 전개시키기에 참으로 '편리한' 해커 캐릭터의 도구적 사용 등, 개인적으로 비판할 점은 분명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기엔 영화의 강점이 너무나 압도적이다. 오락으로서의 모든 걸 만족시킨, 개인적으로
21세기 최고의 오락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