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꼿꼿하게 걸으려는 것, 그것은 자존심인가 가치인가.
바쁘게도 본론으로 바로 넘어간다. 20년 전을 떠올리라며 감상주의적이지 않고, 20년 뒤의 그들의 모습을 재깍재깍 제시하는 초반부 장면들은 쿨함이 가득하다. 온전히 돌아온 4명의 주역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반갑지만, 각자의 20년이나 성숙한 연기력 덕에 그들의 앙상블이 눈에 띄게 인상적이다. 특히나 20년 전과 비교해 배우로서의 위상이 어마어마하게 오른 에밀리 블런트의 존재는 천군만마다. 그녀가 분한 에밀리라는 존재는 나이젤과 미란다와는 달리 앤디와 '같은 세대'라는 점에 있어 영화에 중요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전작이 주인공 앤디와 같은 사회초년생들에 대한 공감을 불러오는 데 성공했기에 본작 역시 앤디의 나이와 비슷한 존재들에 공감을 자극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쌓일 만큼 쌓일 경력, 그러나 아직도 현역에 있는 선배 앞에선 여전히 애송이 취급받는 존재, 자신의 과거와는 달랐던 새로운 방식의 회의에 비판적이게 되고, 자신도 어느덧 혁신의 희생양이 되어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20년만에 돌아온 직장'이라는 소재까지 더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어쩌면 전작보다 더 흥미로운 '요소'들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그 변화에 있어 앤디보다 더 직격탄을 맞는 미란다의 서사도 흥미롭다. 독보적인 존재감의 그녀이지만 개인일 뿐이기에 시대의 거대한 조류 앞에서 휩쓸리듯 떠내려가는 그녀의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은 채 울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할 일 앞에선 늘 당당한 모습이 병치된다. 고난 앞에서도 꼿꼿한 모습을 가지겠다는 그녀의 모습은 낡아빠진 자존심일까, 아니면 패션의 동의어인 듯한 그녀의 존재 자체로 역설하는 가치인가.
그렇지만 본작은 지속될수록 저렴해진다. 전작은 끝까지 쿨했다. 이야기가 따뜻해지는 지점에서도 전작은 쿨함을 유지했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란다의 인간성이 '엿보이지만', 그것이 최전선에 드러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본작은 많은 부분에 있어 관대하게 넘어간다. (인물들 간) 갈등이나 이야기가 팽팽해지려는 순간을 스스로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사건들은 그저 해결과 봉합의 쾌감을 위해서 설정된 것처럼 느껴지고, 특히 밀라노로 간 순간부터의 사건들의 전개와 진상은 겉잡을 수 없게 비대해지며 지극히 단조로운 형태만을 띤다. 미란다가 몇 논란적인 '단어'만을 말해도 근처의 비서가 눈치를 주는, 20년 전과는 달라진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납득 가능한 것이지만, 영화 전체의 태도마저 전작의 핵심과도 같은 '꼿꼿함'을 버렸다는 것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20살이나 더 먹은 미란다가 전작보다는 상대적으로 온순해지고 인간적이 되리라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예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본작의 방식처럼 그러한 '인간성'이 이처럼 후두둑 떨이하듯 난사되는 방식으로 표현되길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지나치게 안전한 길을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