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의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심장 밸브가 고장난' 인물인 캐럴 셀비는 내레이션으로 말한다. "너는 누구냐?"고. <포드 v 페라리>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레이싱 액션이 만족스러운 영화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아를 회복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추적하는 드라마다.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자동차 정비사이자 '불독'이며 동시에 훌륭한 레이서인 켄 마일즈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무슨 일이던 아내에게 말하지 않는 성격이자, 절대로 지지 않으려고 하는, 쉽지 않은 인물이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새로운 자동차를 생산해 '르망 24시'에서 페라리를 제치고 우승을 하길 희망하는 포드 사는 캐럴 셀비와 켄 마일즈에게 기업의 운명을 맡기게 된다.
러닝타임의 1시간 45분부터 벌어지는 레이스는 엄청난 아드레날린을 선사한다. 대회의 특성을 살려 낮의 레이스와 밤의 레이스 등 같은 트랙에서 다른 상황을 연출한다. 들려오는 파열음에 몸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사운드는 출중하고, 점차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이야기도 레이스의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온전치 못한 상태인 자동차를 가지고 벌이는 레이스이기에 불안불안 조마조마한 긴장감은 덤이다.
켄 마일즈가 포드를 타고 수많은 레이서들과 대결한다면, 캐럴 셀비는 거대한 기업인 포드 사의 임원들과 치열한 권력 싸움을 벌인다. 자사의 자존심을 공연히 지키고자 하는 임원들에 대적하고, 자신들을 토사구팽하려는 포드 사에 맞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려 노력한다. 이 영화는 자동차의 레이스인 동시에 인간의 레이스다.
이야기 자체로는 길지만 150분에 달하는 영화 치곤 드라마의 형태가 뻔하다. 긴 영화일수록 드라마가 인상적이어야 했을 텐데 본작의 이야기는 평이하고 단조롭다. 사술을 부리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는 숏의 방향성엔 동감하게 되지만 그래서 우리가 집중한 그 이야기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