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진행된지 10분 만에 <뜨거운 오후>를 떠올렸다. 극의 하이라이트일 강도 씬이 초장부터 등장하는 것과, 이 영화는 강도보다 그 이면에 놓인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다. 영화 내에서도 실제로 언급되는 <뜨거운 오후>와 이 영화의 관계는, <인사이드 맨>은 마치 <뜨거운 오후>의 PC적 버전처럼도 느껴진다.
스파이크 리의 영화는 풍자적이다. 백인이 흑인에게 자행하는 인종차별, 아랍인을 그 자체로 혐오하는 경찰, 무장 강도 앞에서도 "돈 벌어서 좋겠다"며 무심하게 말을 던지는 아이, '알바니아'와 '아르메니아'를 "그게 그거라" 취급하는 형사들, 새삼스럽지만 부패하기 그지없는 사회의 고위층들. 달튼 러셀이란 분명한 악역이 시작부터 상정되었음에도 이 영화는 하나의 피카레스크물 같다.
수많은 주연들이 등장하는, 수많은 명배우들의 연기에 눈과 귀가 즐겁다. 덴젤 워싱턴과 클라이브 오웬이 극을 주도하지만 조디 포스터, 크리스토퍼 플러머, 윌렘 데포와 같은 배우들의 열정을 느끼는 것도 좋다.
멈블스러운 대화, 혼돈을 표현하듯 정신없이 돌아가는 카메라의 연출이 눈에 띈다.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론 스타일 과잉으로도 느껴진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후반부로 갈수록 김이 새는 흐름이 아쉽다. 감독의 사회적 시선을 일관되게 관철시키는 것은 나쁘지 않았으나 초반을 제외하곤 하나의 장르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뛰어나지 않다고 상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