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시퀀스를 본 순간부터 이 영화는 걸작이라 확신했다. 굳이 가슴이 웅장해지는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익숙한 듯 업무를 수행하는 스파이와 그를 쫓는 이들의 추격 과정이 담긴 지하철역 시퀀스에선 대단한 서스펜스가 있었다.
<스파이 브릿지>는 스필버그의 영화치곤 꽤나 느리고 무겁다. 영화에 우울한 정서가 배여 있지는 않지만, 물 흐르듯 이동하는 화려한 롱테이크 기법도 상당히 절제된 채 카메라의 정직한 움직임만을 고수한다. 그럼에도 <스파이 브릿지>의 연출이 특별한 이유는 냉전의 시대가 주는 살얼음판 같은 정서를 정공법의 방식으로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법보다 중요한 것이 조국의 안보!"라 외치는 판사의 언급에서 드러나듯 1950~60년대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미국을 휩쓸던 시절이었다. 영상 매체에선 반공의 메시지가 서슬퍼렇게 전파되며 "공산주의자"들을 발견했을 때의 카메라 셔터 소리는 총구가 발생시키는 소음과 다르지 않다.
법정물과 첩보물이라는 별개의 장르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각본이 굉장히 훌륭하다. 단순히 장르의 형태만 전환되는 것이 아닌, 인물의 신념이 보수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과장스럽지 않게 풀어냈기에 또 훌륭하다. 영화를 다 본 이후 이 영화의 각본을 누가 썼나 봤더니, 그럼 그렇지 코엔이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인질 교환 장면에서까지 극의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도 결코 간편한 장르의 왕도에 편승하지 않는 태도 또한 인상적이었다. 굉장하다.
단 하나, 장벽을 넘는 이들의 사살 장면과 대비되게 만든 마지막 아이들의 담장 장면이 주는 둔중한 관념의 부담스러움을 제외한다면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