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진정성이다. 또한 이는 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중후한 외모 때문이 아닌, 할리우드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상적인 보수의 이념을 전달하기 때문이 아닌, 그의 영화 안에 진하게 녹아 있는 인간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에서 얕은 기교와 사술을 뽐내지 않으며 항상 침착하고 진정성 있는 정공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명백히 이 영화는 월트의 이야기가 아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야기이다. 인간이 세상과 어떻게 작별해야 하는지 그의 신념을 담은 이야기이다. 뻣뻣하고 유하지 않은 (자신을 투영한)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이를 미화시키려 애쓰지 않는다. 주인공의 인종주의적인 부정적 요소를 드러내면서도 한국전쟁 당시의 행동으로 인한 죄책감에 오랜 시간동안 괴로워하는 약함을 보여주기도 하며 꿋꿋히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지키려 하는 자경주의적 신념을 그려내기도 한다. 한 인간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방식에 있어 내 기준에서 거의 완벽하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유색 인종에게 행하는 행동(백인의 영웅주의적인 시혜?) 이나 결말의 의미를 두고 시선에 따라 다소 정치적인 의제가 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 영화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정치적 메타포가 아닌 한 명의 인간을 조명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를 크게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미스틱 리버>나 <용서받지 못한 자>에 비해 다소 연출이 뻣뻣한 감은 있지만 그마저도 주인공의 투박한 모습과 흥미롭게도 탁월하게 어우러졌다는 인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