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를 모르는 인물이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추격해 온다면 아마도 '공포'라는 감정이 최우선적으로 생겨날 것이다. 인물의 정체를 깨달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쫓는 이유를 모른다면 여전히 남아있는 두려움과 공포 이외에 "도대체 나를 쫓는 이유가 무엇인가" 짐작하고 숙고해 보게 될 것이다. 드디어 자신을 쫓은 그만한 이유를 찾았다면 인물의 머릿속은 죄의식으로 차게 될 것이다. <케이프 피어>는 절대적인 빌런인 맥스 케이디에 의한 반작용, 즉 샘 가족의 고통과 수난, 그리고 샘 보든의 죄의식을 다루고 있다.
샘 보든 개인적으로 맥스 케이디에게 향하는 증오와 죄의식 뿐만 아니라 <케이프 피어>는 변호사의 윤리 의식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의뢰인이 끔찍한 강간을 저지른 분명한 죄인이라면 그를 최선을 다해 변호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의뢰인에게 희망이 될 만한 증거를 감추면서까지 세상의 정의를 실현시켜야 하는 것일까? <케이프 피어>의 샘 보든은 순수한 선인으로 보기 어렵다.
샘을 쫓는 동기만 놓고 본다면 맥스 케이디라는 인물에 동정표가 씌워질 것을 우려해서인지, 맥스 케이디의 작중 행적은 그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지독하고 끔찍함의 연속이다. 미성년자를 강간한 죄로 복역했을 정도로 악질인 인물이지만 이후에도 대니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성적인 접근에서 그의 페도필리아적 성향이 심각한 수준임을 우선 알 수 있겠다. 저명한 변호사를 고용해 주도권을 쥐고 흔들 줄도 알며 불쌍한 척 '연기'를 할 줄도 아는 지능적인 인물인 동시에 변태적인 성욕도 가지고 있는 상식 밖의 인물이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공포는 케이디가 벌이는 상식 이상의 행동에서 생겨난다. 이 미친 인물을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 로버트 드 니로는 이 영화에서 신이 들린 것 같았다.
역대급 캐릭터인 맥스 케이디라는 존재를 제외하곤, 내러티브나 연출에 있어 스콜세지의 수많은 걸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은 아니었다 생각한다. 분위기를 잡는 능력이나 현란한 카메라의 연출은 특출나지만 상대적으로 테크닉만이 이 영화에 남아 묵직한 느낌은 덜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