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개봉한 해는 1961년이다. 올해로 60년이 훌쩍 넘은 긴 시간의 공백이 있는 영화이지만 적어도 영화의 오프닝만큼은 그런 부분을 의식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세월의 벽을 흐리려 노력한 느낌이 미묘하게 보이는 동시에 택시에서 내리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여전히 트렌디해 보인다. 수십 년이 더 지난다 하더라도 오드리 헵번을 상징하는 이 순간은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 준 <로마의 휴일>에서와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배역은 사뭇 다르다. 전자는 때 묻지 않은 존재이며 '모름'을 행동의 동인으로 삼는 인물이라면, 후자는 슬픈 과거가 있으며 '앎'을 행동의 동인으로 삼는 인물일 테다. 뻔뻔하고 왈가닥스럽고 깍쟁이스러운 '할리 고라이틀리'라는 인물은 지금 시점에서도 인상적인 캐릭터다.
이 전혀 다른 인물을 오드리 헵번은 또 탁월하게 연기해버린다. 관객마저도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면서, 할리의 내면을 설명하는 장면들에선 여전히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준다. 창가에 걸터앉아 'Moon River'를 부르는 씬이 이리도 유명한 까닭은 헵번의 미모 덕분일 수도, 선율의 아름다움 덕분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분하고 처연한 할리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연기한 헵번의 모습 덕분도 있었을 테다.
오드리 헵번 특유의 사랑스러움은 이 영화에서도 가득하다. 할리의 취한 모습조차 사랑스럽고, 티파니 보석상과 도서관에서의 장면들은 그저 훈훈하게 바라보게 된다. 뛰어날 것 없는 이야기임에도, 시대착오적인 소재들이 눈에 걸림에도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은 헵번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