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 전에
주의사항 3개 보기
시놉시스 보기
서울의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다. 건물이 봉쇄되면서 안에 있던 사람들이 고립되고, 생명공학자 권세정과 생존자들은 탈출할 길을 찾는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별점과 글 보기 · 2,138자
글 보기 · 줄거리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좀비가 더 궁금했다, <2026 좀비 오디세이>
사실 이 영화의 좀비 디자인이나 움직임 자체는 특별히 강렬하지도, 위협적이지도 않다. 근 10여년 우리는 충무로에서만 이미 많은 좀비 콘텐츠를 지나왔고, 심지어 이 영화의 감독인 연상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여러 차례 학습된 감각이다. <부산행>의 시대에 K-좀비의 디자인은 혁신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좀비가 자아내는 공포에 대한 우리의 역치는 이미 크게 높아져 있다. 그래서일까. <군체>는 비주얼의 혁신을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돌았다.
인간이 인간(혹은 인간의 형태를 한 존재)에게 기이함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지금 떠오르는 양태는 2가지다. 여러 인간이 동시에 같은 동작을 취할 때, 또는 사회적 상식 밖에 있는 이질적인 신체적 행동들을 취할 때. <군체>에서의 좀비들은 이 두 양태를 모두 가지고 있고, 거기에서 이 영화의 장르적인 동력이 만들어진다. 잔인함보다는 당혹감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결국 영화의 전반적인 톤을 긴장감 있게 만드는 좋은 기능을 한다.
설정도 흥미롭다. 지성을 잃은 존재로 여겨져 온 좀비들이, 이 영화에서는 서로의 뇌를 공유하며 정보를 갱신하고 도약한다. 개체로는 텅 비어 있지만 집단으로는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존재. 그러므로 이들은 우리보다 못한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우리와 다른 하나의 종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혹성탈출> 시리즈의 이야기를 압축해 놓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것은 종의 전쟁이며, 열등하다 믿었던 자의 도약 앞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인간의 이야기다.
<군체>의 좀비는 개인이 없는 집단이다. 저마다의 이름도, 서사도, 표정도 갖지 못한 채 오직 연결됨으로써만 존재를 증명한다. 바로 이 결핍이 이들을 온전하게 만든다. 제목이 이미 그것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군체(群體)란 개체가 모여 하나의 생명처럼 기능하는 집합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인간에게 내어 준 자리는 정확히 그 반대편에 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기능으로 세워져 있다. 말썽을 부리는 자, 극을 이끌기 위해 관객에게 설명을 해 주는 자, 지킬 대상을 최우선으로 두는 힘 있는 자, 결정적 순간 본색을 드러내는 자. 연상호 감독이 이 평면성을 몰랐을 리 없다. 아마 선택과 집중이었을 것이다. 시선을 좀비 쪽으로 몰아주기 위한.
다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분명 인간에게 감정적으로 붙들려 달라 청하는 장면들이 있고, 그 앞에서 우리는 좀처럼 붙들리지 않는다. 현희와 현철이 나오는 장면들은 이야기로는 흥미로운 토픽이로되, 그 감정의 농도가 스크린을 건너 관객에게까지 온전히 닿지는 못한다. 가장 뚜렷한 증상은 세정이다. 이 영화는 결국 액션 장르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필연을 안고 있는데, 세정은 애초에 '관객에게 세계관을 설명하는 자'로 세워진 인물이다. 그런데 정작 본작의 유의미한 액션 거의 전부를 떠맡는 것도 그녀다. 전자는 서사가 충분히 근거를 대 준 역할이지만, 후자는 어디에서도 근거를 제시받은 적이 없다.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지나치게 침착한 태도는 '주인공 보정'이라 부르기에도 석연치 않다. 그렇다고 교수라는 프로필 위에 '전직 특수부대'식의 이력을 하나 더 얹었다면 그것대로 작위적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세정과 비슷한 무게의 인물을 하나 더 세워 설명과 행동을 나누어 맡겼다면 어땠을까. 무력을 담당하는 현철이 있긴 하나 그는 끝내 조연이고, 서사의 곁가지에서 변수만 제공할 뿐 세정의 짐을 나누어 지지는 못한다.
이 영화의 인간들은 개인이면서도 집단이 되지 못한다. 각자 하나의 기능으로 고립된 채, 서로의 서사를 나누어 지지도, 하나의 서사로 합쳐지지도 못하고 파편으로 흩어져 있을 뿐이다. 좀비가 개인을 지움으로써 집단을 완성했다면, 인간은 개인을 붙든 채로 끝내 집단이 되는 데 실패한다.
그렇다면 <군체>가 진짜로 보여주는 것은 좀비가 아니라 인간일지도 모른다. 좀비 집단은 인간의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인간이 스스로는 보여주지 못하는 것, 집단지성의 맹점은 똑똑해지는 데 있지 않고 '단체로 눈이 먼다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대신 보여주는 존재. 네트워크로 연결된 집단지성이라는 설정이 서사의 많은 부분을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풀어 버린다는 인상은 분명 남지만, 그것을 이 세계 고유의 규칙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