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더The Father

2020 · 플로리앙 젤레 · 프랑스, 영국
🏆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후보 · 아카데미 작품상
더 파더 포스터
97분 · 드라마 · 12세 이상 · 출연 안소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먼, 마크 게이티스, 올리비아 윌리엄스 · 음악 Ludovico Einaudi · 촬영 Ben Smit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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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지내는 나를 찾아오는 건 딸 앤뿐이다. 어느 날 앤이 갑작스럽게 런던을 떠난다고 말하면서 익숙한 일상이 흔들린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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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서 도망치고 기억에 저항하는 비극을 오롯이 체현한 플롯과 안소니

이 영화를 보고 나서든 혹은 보는 도중이든 놀란의 <메멘토>를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두 영화 모두 독창적인 플롯을 이용해 주인공의 혼란을 표현하는 작법을 사용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제법 장르적인 소재와 귀결을 택하는 <메멘토>와는 다르게, 이 영화에서의 어지럽게 흩뿌려진 시퀀스들을 두고 이를 정방향으로 재배치하는 '하이드 앤 식'의 태도는 어쩌면 이 영화를 대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닐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플롯의 기교를 통해 주인공의 시점이 뒤틀림으로 인한 혼란스런 심리를 관객에게 온전히 이입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태도임이 자명하기에, 우리는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며 같은 혼란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감상법이 아닐까.

많은 '이런 류'의 영화들이 환자를 제3자의 입장에서 관조하거나, 혹은 객관적이고 계산적인 시선에서 서술하는 방식이 많은데 이 영화는 상술했듯 대부분의 시간을 주인공의 시점으로 표현하고 있기에 많은 순간 주인공과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지점들이 있었고 이는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다. 여담으로 난 영화의 20분이 지난 이후부턴 완전히 영화에 빠져 몰입했다. 이 영화의 플롯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 플롯이며 영화의 주제와 그 무게가 맞지 않았다면 단지 기교를 위한 기교로 남았기 십상일텐데 이 영화는 시종 알츠하이머 환자의 시선을 전달한다는 최우선의 목표를 분명하게 유지하는 태도를 지녔기에 플롯의 화려함은 적어도 나에겐 자의식으로 의한 기교만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또한 이를 온전히 전달하는 목표에 있어선, 후술하겠지만 안소니 홉킨스라는 대배우의 명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이 영화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점 또 한 가지는 인물의 비극적인 상황을 다루는 이야기임에도 특정인을 간편하게 꼬집어 탓하지 않고 병환 자체를 오롯이 응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내내 주인공의 시선에 집중하던 카메라가 돌연 딸의 시선과 내면으로 전환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는 환자인 주인공 뿐만 아닌 주변인의 고통 또한 마주시킴으로서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적절한 태도는, 상황을 마주하고 몰입시키는 영화의 태도와 연결지어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제작했(다)던 감독의 특징이 담긴 장치일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의 집이라는 공간은 꽤나 은유적이면서 또한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묘하게 변주되는 공간의 구도, 같은 것을 다루면서도 다른 심리를 전달하는 순간들, 경험적인 지식이 쌓인 기억으로 대변되는 집이라는 공간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또한 제목이 <안소니>가 아닌 <더 파더>인 이유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버지'라는 성취지위를 지탱하는 권위와 기세를 냉소하는 것이 이 영화의 두 번째 목표일 텐데, 관객은 오프닝에서 '아버지의 집'을 방문하는 딸의 동선을 마주하며 아버지의 공간적 점유를 짐작하게 되지만 이는 곧 집의 주인이 밝혀지는 것으로 인해 산산히 부서지는 지식으로 변모한다. 또한 후술하겠지만 환상 장면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이기에 극중 언급되는 루시의 이야기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딸의 죽음은 아버지라는 위치 아래 깊이 산재해 있는 상처이자 죄의식일 것이며 무의식과 의식이 혼재된 환상 속에서, 딸의 기억은 불쑥 그를 찾아와 잊을 수 없는 죄의식과 무력감을 선사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구조는 분명히 두 가지의 해석으로 나뉠 듯 싶다. 오프닝 시퀀스와 마지막 시퀀스가 현실인 현실-환상-현실, 즉 충격적인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낸다는 의견, 반대로 심리가 투영된 환상을 마주한 뒤 불안정한 현실에서 헤매다 결국 완전히 몰락한 인물이 되었다는 의견, 즉 환상-현실-환상인 구조.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말에 이르러 모든 지위와 권위를 상실한 채 유아의 미숙한 모습으로 회귀한 안소니를 마주하게 된다면 상술한 구조를 의미짓는 행위는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결말이 환상이든 현실이든 중요한 것은 안소니는 지위와 권력을 상실했으며 동시에 딸까지 잃어버린 완전한 비극에 잠식되었다는 사실일 테니까.

마지막으로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올리비아 콜먼 역시 훌륭한 배우이며 이 영화에서 역시 인상적인 연기였지만 안소니 홉킨스의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감히 말하건대 그의 최고 연기이며 희대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스러지는 인물이며 발버둥치는 인물이고, 과장되게 자신을 어필하는 안타까운 인물이며 혼란과 상실을 공포스럽게 체험하는 인물이다. 이 모든 것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고 몰입시키는 데는, 상술한 감독의 연출력도 일조했겠지만 무엇보다 안소니 홉킨스라는 대배우의 역량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의 주인공이 여러모로 배우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이기에 본인 스스로도 마음가짐이 제법 특별했었을 텐데 그저 앞으로 만수무강하셔서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퍼포먼스를 오래오래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서 이어지는 갈래

지도
「못 믿게 되는 영화」 지도›「인물과 관객 사이의 거리」 지도›「뺄셈의 예술 1」 지도›
사람
이 배우를 더 보고 싶어2명›
소재
셋집이 배경인 영화3편›
알츠하이머를 다룬 영화4편›
현실 감각을 잃는 영화5편›
사람을 잘못 아는 영화가 궁금해10편›
연극·뮤지컬 원작 영화16편›
노년을 다룬 영화가 좋았어27편›
기억상실을 다룬 영화29편›
기억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33편›
아버지와 딸 이야기가 좋았어61편›
영국이 배경인 영화를 더69편›
부모와 자식 이야기가 좋았어152편›
가족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161편›
리뷰
리뷰에서 함께 이야기한 영화4편›
음악·촬영
음악 · Ludovico Einaudi2편›
수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2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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