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나이트 샤말란이 이 영화를 구상했을 때 아마도 처음 착점했을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등. 수많은 슈퍼히어로들의 서사를 다시금 돌이켜 보자. 대부분의 슈퍼히어로들은 능력이 '없었는데' 후천적으로 생겨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인식하며 세상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주로 사용한다. 허나 샤말란의 <언브레이커블> 속 주인공은 이미 이전부터 그 능력이 있었음에도 이를 크게 인지하지 않고 평범한 생을 살다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된다는 것에서 큰 차이가 있다.
엘라이자는 나면서부터 약했고, 그런 그에게 '불사의 몸'을 가진 데이비드의 등장은 자신과 같은 이들을 지켜줄 '신의 뜻'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또한 기차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데이비드를 보며 아내 오드리는 이를 부부의 관계 회복을 위한 '신의 뜻'이라 여겼다. 1974년 어린 엘라이자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상처를 입는 아들에게 "하느님이 정하신 일은 일어나는 거야." 라며 위로한다. 보다 성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언브레이커블>은 나면서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언브레이커블>의 카메라는 유려하게 공간을 횡단한다. 인물의 주변을 거니는 대신 이 영화의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인물들과 물리적인 거리를 둔다. 엘라이자의 가슴 아픈 과거사에도, 데이비드 가족의 위기에도, <언브레이커블>의 카메라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사실상 이 영화의 카메라는 객관적 진실의 카메라다.
종합하자면 <언브레이커블>은 세상에 없었던 슈퍼히어로 영화다. 이 영화 이전에도 있었고 이 영화 이후에도 등장한, 슈퍼히어로 장르의 폐단과도 같은 서사적 문제점을 근본부터 비틀어 신선한 접근법을 가져간 데 분명한 의의가 있다.
다만 그 비틀어 만든 주제가 이야기의 소스 그 이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또한 액션과 철학, 둘 중 어떤 부분에도 강력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크 나이트>처럼 이야기의 철학과 액션의 쾌감을 모두 잡은 경우는 흔치 않지만, 이 영화는 양 쪽 모두 애매한 결과물을 남겼다. 아이디어와 비주얼이 흥미로운 수작이지만, 역사에 남을 걸작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