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국민에게 바친다는 자막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영화의 엔딩은 눈을 뜨며 살아난 사비닌을 우렁찬 음악으로 꾸민다. 이 영화를 선전물이라 말한다면 그것이 틀렸다며 반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다만 그 선전의 정도가 자국민(소련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로 제작된 정도라면, 2025년 현재의 시선에서 융통성 있게 각자 감안하고 해석하며 감상한다면 큰 문제가 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타국민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부추기는 식의 선전물이라면 지금의 시선에서도 평가에 있어 마이너스를 부과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본작은 로우 앵글에서 미들 앵글로의 전환이 잦은데, 이는 역동적임과 동시에 절로 위태로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전환 없이 로우 앵글만을 사용했을 때도 비범한 터치를 보여준다. 거의 땅에 누워 지질학자들을 올려다보는 듯한 앵글. 이건 러시아라는 대지의 영화로도 읽을 수 있다.
대단한 스케일의 촬영이 인상적이다. 로케이션을 그림같이 담아낼 때의 모습은 존 포드를 떠올리게도 하고, 러프한 핸드헬드와 인물을 '예쁘지 않게' 찍은 클로즈업 장면들은 (본작 이후지만) 도그마 선언의 영향을 받은 몇몇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드디어 다이아몬드를 찾아 숲속을 뛰어다니는 타냐와 안드레이의 장면은 놀랍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에서 더 만들기 어려웠을 장면이지 않았을까. 정신이 나갈 정도로 극한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을 이 장면보다 더 순수하고 강렬히 담아낸 예시가 아마 없을 것이다.
어설프게 코믹한 요소들을 첨가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본작의 가장 큰 무기는 '아이러니'다. 한밤중의 산불로 인해 무전을 '수신만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일행은 이전에 발신한 '다이아몬드 발견 소식'으로 인해 본부의 축하 답신을 받는다. 본부에선 거듭 그들을 자랑스럽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지만, 정작 그 답신을 수신하는 곳에선 요단강을 건너기 일보 직전의 상황. 본부의 칭찬이 마치 조롱처럼 들리는 순간의 아이러니란.
또한 영상적으로도 본작은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특히 한밤중 산불로 인해 그들이 생사를 오가는 탈출의 시간엔 역설적일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흰 불과 회색빛 연기, 그리고 피사체를 검게 담는 역광의 촬영까지, 흑백이 선보일 수 있는 모든 영상미가 여기에 있다. 컬러가 흑백보다 촬영적인 부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사실이고, 그로 인해 "컬러가 흑백보다 '우월'하다"는 말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지만, 그러한 '상식'에 반론을 제기한다면 본작은 그 훌륭한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작은 여타의 컬러 영화들이 도달할 수 없는 심도의 촬영을 보여준다. 심도를 응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형태는 흑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