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스>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평등’이나 ‘차별’이 아닌 ‘구별’의 문제로 바라본다. 이 관점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비버의 몸으로 호핑한 메이블은 곰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의 비버 로프를 구해낸다. 그러나 곰 엘렌은 자신이 그저 연못의 법을 따랐을 뿐이라며 억울해하고, 정작 구해진 로프는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법을 어겼다며 메이블을 왕에게 데려간다. 이 장면은 인간의 도덕이 자연의 질서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메이블의 행동은 정의로운 개입이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오지랖이자 선민의식이었을 가능성도 남는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환경 보호’에 헌신하는 인물은 명백한 선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메이블을 완전한 선으로 두지 않는다. 메이블이 그렇게까지 애쓰는 이유 역시 거창한 신념이라기보다 어쩌면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이 사적인 동기가 오히려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동물들의 회의 장면에서도 흥미로운 시선이 드러난다. 그들은 인간을 포유류의 일부로 인식하고, 메이블이 ‘인간 왕’을 언급하자 이를 폭동이자 반기로 해석한다. 인간 중심적인 시각이 전복되는 순간이다.
비버가 포유류의 왕으로 설정된 점 역시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가 대표로 떠오르지만, 비버는 댐을 건설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핵심종’이다. 힘이 아니라 환경을 구축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한 이 설정은 동물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한 결과처럼 보인다.
서사의 전개 역시 단순하지 않다. 빌런으로 보였던 존재는 빌런이 아니었고, 하찮게 여겨지던 존재가 오히려 가장 큰 위협이 된다. 왕들 중 가장 보잘것없어 보이던 타이터스가 권력을 쥐고 인간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특히 강렬하다. 번데기에서 인간으로 변화하는 장면은 기괴하게까지 느껴지는데, 이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만약 동물의 시선에서 인간으로의 변신을 본다면, 그것은 폭동이자 반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타이터스가 인간으로 변한 뒤 얼굴 가죽이 훼손되어 인식되지 않는 장면은 전체관람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위의 표현이다. 이질감과 불쾌감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코미디의 타율은 매우 높다. 픽사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자주 웃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깨알 같은 설정들도 돋보이는데,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동물에게는 들리는 고주파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가 메이블뿐이라는 설정도 그렇다.
이 작품은 명확한 ‘해결’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영역을 완전히 침범하지 않은 채 이어지는 공존의 상태 자체가 하나의 결말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