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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형사 인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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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한 비행기, 추락한 영화
사실 나는 이 영화의 1시간 30분 즈음까지는 세간의 혹평을 염두했을 때 '생각보다 괜찮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굉장한 낙폭으로 급격하게 망가지는 이 영화의 후반부는 심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도대체 한재림의 대본집에 장난을 친 이는 누구인가.
<비상선언>은 시작부터 빌런의 정체를 공개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그렇기에 수많은 범죄 영화들이 쉽게 초반을 장악해갈 수 있는 '후더닛'의 모티브는 이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의 1/3이 채 되기도 전에 류진석은 체포가 되고, 영화의 절반이 지나지도 않은 러닝타임 56분 경 류진석은 사망하기까지 한다. <비상선언>은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고, 그 범인을 체포해 가는 수사 영화가 아니다.
대신 이 영화는 극중 류진석이 사용하는 범죄 도구로 그 빈자리를 대체해간다. 류진석이 '바이러스'를 테러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흔히 비행기 내에서 벌어지는 테러의 도구인 총기, 폭탄 등이 아닌 바이러스가 그 도구가 된다면 누가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특성으로 인해 영화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장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를 쏟고 있는 저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두려움은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퍼진다.
한재림 감독은 집요하게 영화에 계급과 정치, 사회적 코드를 집어넣었다. '비싼 동네'에서 자라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아이들 앞에서 기가 죽는 박윤철 형사의 모습이나,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수준 차를 언급하는 승객, 의심스러운 승객이지만 '박사'라는 그의 직업 때문에 판단을 유보하는 승무원 등. 감독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인 듯 보인다.
기장의 쓰러짐으로 인해 비행기가 회전하는 순간 이를 그리는 촬영이나 구도도 흥미롭다. 한국 재난 영화 중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씬이었다. 자본의 위력이 체감되는 비주얼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1시간 30분까지였다.
극의 긴장감을 위해 투여되는 것들은, 앞서 긍정적이었던 요소들이 무색하게 억지스럽고 구태의연하다. 연결이 약해 끊기는 통화, 속보를 접하고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 앵커. 집어넣을 순 있는 것들이지만 그 방법마저 참신하지 못하다. 스스로 영화의 격을 유치하게 만든다.
그나마 다른 점도 있다. 승무원, 기장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지상에 있는 공무원들 역시 최선을 다해 재난을 해결코자 한다. <설리>를 연상할 정도로,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감독의 결정은 칭찬하고 싶었다.
그러나 극적 요소의 개입이라 넘겨도 지나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착륙을 불허하는 나라들, 자위대의 위협 사격, 난데없는 카미카제 등.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사회드라마에서, 그 인격을 모두 거세시키고 공산품적인 재난 '쇼'를 만들었다. 일시점 난데없이 자동차 추격전에 목숨을 거는, 이 영화의 스탠스를 내가 따라가기 벅차다.
한재림 감독은 자신이 영화에서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지나치게 매몰된 듯 하다. 극중 승객들이 지상의 모두를 위해 스스로의 희생을 결정하는 장면은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연출이었다. "이런 선택도 있다" 정도의 방식 아닌, "이게 옳다" 라는 정말 위험한 시선. 그것이 인간의 목숨과 관련한 윤리 도덕의 문제일 경우 그 사안은 심각해진다.
용서할 수 없는 영화, 지지하고 싶지 않은 영화가 있다. <비상선언>은 그런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