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하운드>는 전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서 모범적인 형태의 전쟁영화다.
작은 순간에서도 '군'의 가치를 역설한다. 무전을 듣는 사람은 재채기라도 해서 방해가 되어선 안 되며, 명령 앞에서 망설여서도 안 된다. 군은 기계적으로 돌아가야 하고, 함장부터 이병까지 각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적군보다 그들에게 드리운 책임감이 더욱 무거운 영화다.
특히나 '함장'의 책임감이 강조된다. 사격을 하고 방향을 돌리는 등의 결정부터, 보일러를 틀지 말지, 헬멧을 어떻게 처리할지와 같은 시시콜콜한 질문들까지 모두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는 '함장'은 무엇보다 '판단'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영화는 이처럼 막중한 책임을 지닌 함장의 모습을 세세히 담아낸다.
이런 면에서 본작은 이상한 자극이 없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욕설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시시콜콜한 사담도 등장하지 않는다. 적군의 모습은 한 번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으며, 죽어가는 독일군의 모습도 비추지 않는다. 과도하게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은 물론이고, 군 세계를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극상'의 모먼트나 지시를 잘못 알아들어 발생하는 값싸고 자극적인 변수조차 없다. 영화의 스탠스만 보면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설리>와 궤를 같이한다.
복명복창에 전문적인 용어들이 스스럼없이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여타의 상업 영화들은 전문적인 장면이나 대사를 적절히 '조절'하지만 본작에는 그러한 타협이 최소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한 분위기가 절로 갖춰진다.
<그레이하운드>는 무엇보다 특정 인물의 '영웅 만들기'를 경계한다. 영화 초반 뜬금없어 보이는 플래시백 형태로 제시된 어니의 과거 연인과의 장면은 이를 방증한다. 어니 또한 현장 밖에선 여느 인간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실제로 본작에서는 어니의 '실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어니의 실수'에서 멈추지 않고, 그보다 더 급박한 현실, 즉 '실수조차 빨리 잊고 다음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냉정한 본질을 전한다.
매일같이 어니의 식사를 준비했던 베테랑 조리병 '조지 클리블랜드'가 교전 중 사망하고, 낯선 새 조리병이 처음 어니의 식사를 준비할 때, 그의 미묘한 어색함을 포착하는 영화의 섬세한 연출력 또한 탁월하다. 직전에 조지와 몇몇 병사들의 장례식을 치르는 엄정한 분위기 역시 인상적이다. 프로페셔널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