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등장한 지 수 십년이 지난 프랜차이즈의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에 대한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입장이진 않을 것이다. '전작보다 나은 속편'이란 말과 그 예시들이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의 속편이 오리지널보다 성공하기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2022년에 우리에게 찾아온 <탑건: 매버릭>은 전작이 이뤄놓은 성취에 대한 분명한 경의와 존중을 바친다. 오프닝에서부터 전작의 오프닝과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스코어까지 같은, 그야말로 과거 전작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오마주다. 인물들을 소개하는 '옛날 방식'인 술집에서의 구도, 아버지가 불렀던 노래를 그곳에서 아버지와 똑같이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루스터, 이외에도 많은 장면들에서 우리는 이 영화에 배여 있는 <탑건>의 잔영을 확인할 수 있다.
허나 이와 동시에, <탑건: 매버릭>은 36년 전의 전작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플롯 역시 전작과 상당히 비슷한데, 한껏 속도를 높이지만 왠지 급해 보였던 전작의 초반과 다르게 이 영화의 초반은 마하 10에 도달하는 전투기가 등장하는 시퀀스임에도 우아하고 침착하다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액션의 쾌감은 전작을 아득히 초월한다. 보다 발전한 스케일과 촬영 기술을 뒤에 업고 최상의 경험을 관객에게 선물해준다. 대체 어떻게 촬영한 건가 싶을 정도의 스펙터클이 넘쳐나는 동시에 적절한 교차편집을 더하며 템포 조절도 기민하게 행해 피로감 대신 깨끗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진정 이 영화는 가능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아이맥스나 4DX와 같은 특별관에서 관람해야 하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네마틱한 모든 순간들보다 나를 진정으로 감동시킨 것은 '다크스타' 프로젝트로 은유한 메타 영화적인 주제의식이다. 시대는 흘렀고, 통제하기 불편한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 전투기는 더이상 대세가 아니다. 무인 전투기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영화,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대는 현장 대신 그린 스크린 앞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멋들어진 CG로 인해 배우들은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탑건: 매버릭>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아니라며, 오늘은 아니라며 아날로그의 진정성을 필사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매버릭은 결국 상식과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잠재력을 증명했으며, 톰 크루즈는 CG가 아직은 대체할 수 없을 리얼리티의 현장감을 스크린 앞 관객에게 체험시킴으로써 스스로 증명해냈다.
물론 이 영화엔 아쉬운 점들도 있다. 아이스맨과의 만남, 전투기 내에서의 장면과 같이 특정 상황에선 거의 모든 대사가 정보 전달식으로만 복무해 기능적으로만 남는 씬들의 생명력이 떨어진다. 상술했듯 이야기나 플롯도 참신하지 못하다. 전작에서 언급된 페니를 본작의 히로인으로 사용하지만 소위 말해 '없어도 될 정도'의 곁다리로 보인다. 이 영화는 완벽한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뻔하고, 말도 안되고, 클리셰 가득한 구닥다리 오락물에 내내 짜릿함과 감동을 느꼈는가. 아마도 한 세대가 지나 우리에게 돌아온 매버릭 톰 크루즈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순수한 감정을 오롯이 느꼈기 때문이었을 테다.
이에 더해 영화라는 예술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금 깨우쳐 준 톰 크루즈의 진심이 담긴 이 이야기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거부하지 못할 것만 같다. 한 세대를 지나 우아하고 장엄하게 돌아온,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의 영원한 심장이다.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