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 2>는 장단점이 매우 명확한 영화다. 이는 정확히 감독 리들리 스콧의 특징이기도 하다. 먼저 아주 다양한 장면들로 보여주는 오프닝 전투씬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다에서 성으로 상륙하는 공성전의 형태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기도 하며,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거대한 스케일에 눈을 떼기 어렵다. 리들리 스콧은 언제나 오프닝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4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전작의 플롯과 거의 같은 형태를 띤다.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눈에 띄어 중원으로 입성하고, 기어이 왕의 눈에 띄기까지 하는. 전작을 충실히 계승하겠다는 의지라도 담긴 듯 초반부터 영화는 주인공의 주변을 모조리 퇴장시켜버린다. 아내 아리샷은 전쟁 중 죽고, 상급자였던 유구르타도 허무하게 원숭이에게 죽는다. 그것이 이 시리즈에 어울리는 방향이긴 했을 테다. 이 시리즈는 외로움, 독고다이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나 리들리 스콧의 그 훌륭한 연출력 중에도 불필요했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있다. 리들리 스콧은 고어에 집착할 때가 있다. 원숭이와의 싸움은 다소 지나친 측면이 있다. 어쨌든 인상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콜로세움에서의 해전 시퀀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등장하자마자 황당할 뿐이었던 상어를 뒤로 하고, 해상 씬의 '규모', 영화가 해당 장면에서 들였다고 체감되는 '힘'에 비해 그 씬이 영화 안에 있어야 할 이유는 사실상 없다. 본작이 그 씬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 고작 루시우스의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던가?
흥미로운 위치에 서 있었던 인물인 아카시우스의 전락이 너무나 급작스러워 당황스럽다. 루실라와 함께 벌인 반역이 단번에 사그라져 김이 샌 것이 일차적이고, 그의 마지막 역시 단지 루시우스를 위한 도구로만 사용될 뿐인 것이 아쉽다. 루시우스의 복수의 대상이자, 주군인 게타/가라칼라에게 충성하지 않고 국가인 로마에게 충성하는, 선악의 면모가 모두 있는 매력적인 인물을 보다 오래 살려두었다면 그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 간의 갈등과 합심을 보다 흥미롭게 묘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밀린 숙제를 처리하는 듯 중요한 사건이 너무나 급작스럽고 바쁘게 처리된다. 관중들의 봉기, 외곽에서 밀려오는 군대, 마크리누스에게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어나가는 카라칼라와 루실라. 루시우스와 마크리누스의 최종 일전도 심히 생뚱맞고 급작스럽게 끝내버린다. 양측이 다짜고짜 협동을 약속한 채 끝나는 엔딩도 당황스럽기만 하다. 관객이 채 몰입하기도 전에 모든 사건들이 끝나버린다.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해 씬과 씬 사이의 논리를 제공하는 수많은 숏들이 잘려나갔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이 영화가 만약 4시간 정도의 버전으로 감독판이 나온다면 걸작으로 재평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볼 만했다. 덴젤 워싱턴은 그가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거대한 카리스마가 있음에도 아주 야비하고 간사한 역할도 너무나 훌륭히 소화한다. 본작의 진 주인공은 마크리누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