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힌 주인공, 파티에서 주인공을 거칠게 다그치는 누군가, 헬기 앞에서 어떤 작전을 수행하는 주인공. 세 개의 시점이 무작정 무작위로 교차된다. 알카트라즈를 탈출하는 워커의 장면이 등장하지만, 다음 장면에선 알카트라즈를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는 멀끔한 행색의 워커가 등장한다. 애초부터 그가 탈출에 성공할지 말지는 관심도 없었다는 듯이.
워커가 복도를 걸을 때의 뚜벅뚜벅하는 소리가 보이스오버로 깔리며, 워커의 이동과 린의 화장 장면이 교차편집된다. 전혀 다른 톤의 두 시점을 붙여 창의적인 서스펜스를 만드는 편집. 시간을 견디고 여전히 모던해 보이는 최고의 방법은 ‘편집’이다. 워커-리스-린-크리스. 그들 간 사각관계를 놓고 4번의 서로 다른 조합의 성관계를 교차하는 편집은 악독하기까지 하다.
분명 범인을 쫓는 느와르지만, 이야기가 촘촘하진 않고 불안정한 정서가 기묘하게 부유한다. 세트장 또한 놀랍도록 모던하다. 자크 타티의 <플레이타임> 세트장에서 느와르를 찍는다면 이렇게 될까? 다만 영화가 장난스럽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최종 빌런인 줄 알았던 리스는 중반에 어이없게 퇴장한다. 리스는 사실상 자살로 봐야 할 것이다. 크리스가 워커에게 일침하는 순간이 강렬하다. "그림자를 쫓아다니는 게 애처롭네요."라며. 요스트가 페어팩스라는 최후 반전도 흥미있는 요소다.
물론 93000달러가 큰 금액이긴 하지만, 워커는 그 돈에 특이할 정도로 집착한다. 심지어 쉽게 그 돈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그는 ‘직접’ 돈을 받길 원한다며 의문스러운 유예를 행한다. 묘하게도 <포인트 블랭크>에는 최면적이고 판타지적인 모티프가 들어있다. 워커는 이곳 저곳을 바삐 뛰어다니지만 정작 워커의 물리적/정신적 존재감은 공기와도 같다. 동승한 스테그먼을 협박하며 차를 거의 부숴버리기까지 하는데 정작 함께 타 있던 워커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다. 바의 무대 뒤편에서 벌이는 워커의 난투극은, 거의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