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세계는 완성됐지만 그 세계를 통과해야 할 이야기는 점점 길을 잃어간다.
전작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액션의 볼 맛이 없었다는 것이다. 1편의 액션이 워낙 좋았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작은 액션에 있어 꽤 볼 만한 것들이 있다. 바람 상인을 습격하는 망콴 족과의 액션 장면이 굉장히 스펙터클하다. 본작에 새롭게 등장한 호전적인 부족 망콴 족은 평화로워 보였던 판도라, 나비족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순간들마다 변수를 제공한다. 후반부 액션의 스케일도 그렇다. 이 이상의 스케일이 있었을까?
그렇지만 후반부 액션이 너무 김새게 잦아든 감이 있다. 결국 불호의 영역은 스토리에 있다. 스파이더를 죽이려다 포기한 제이크의 장면같이 성경의 모티프를 차용하는 순간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부자연스러움’의 감정을 일견 선사할 때가 있다. 그 부자연스럽다라는 감정은 이런 비주얼 가득한 블록버스터에선 손해처럼 작용될 공산이 매우 크다. 빽빽한 이야기중에서라면 논리에 흠집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고, 단순한 이야기중에서라면 나이브한 결과 중 하나라고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바타> 1편의 이야기 접근법이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거대하고 하이퀄리티의 비주얼을 가진 영화는 텍스트로는 단순하고 간결하게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복잡한 이미지에 복잡한 텍스트가 더해지면 소위 ‘볼륨’이 커져 매 초마다 받아들여야 할 정보량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메론의 이 시리즈를 대하는 야심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신작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 같다. 이젠 간명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일까. 공간의 규모도 너무 커졌고, 등장인물도 너무 많아졌다. 각자 그들만의 이야기를 해야 된다.
그런데 아무리 신작이 나오면서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중요해진다 해도, 근본적으로 본 시리즈는 인간보다 세계가 중요한 영화들처럼 보이는데, 그렇기에 극단적으로 말해 아무리 인물들의 이야기가 쌓여가도 그것들은 한낱 부산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제이크도 네이트리도 쿼리치도 바랑도 키리도 판도라를 넘을 순 없다. <아바타>가 <주토피아>에게 뒤지는 점이라면, <주토피아>는 세계와 캐릭터가 고루 매력적인 ip라는 것에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 차기작인 4편에서 제이크나 네이트리 중 하나가 죽는다 해도 이 시리즈에 별다른 흔들림이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예술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완전히 구축한 감독의 성공일수도,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도 캐릭터들의 매력을 어필하는데 실패한 결과일수도 있겠다.
이제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미 익숙한 것들’이란 이유로 다른 작품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이 작품의 비주얼을 저언급하고 저평가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이 시리즈에선 익숙한 것들이 맞지만, 다른 어떤 영화들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1편에서 2편으로 넘어올 때 리얼함의 끝장을 봤다. 3편에서도 그 리얼함은 여전하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나도 사실적이게 되니 되려 감흥 떨어지게 되는 지점들이 생긴다. “응, 그래. 저런 종족이 있나 보구나.” 하면서 보게 되는, 사실상 <동물의 왕국>을 보듯이 보게 되는 지점이 생긴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가 보는 것은 거의 모든 게 ‘가짜’인 생 창작의 영역인 것들인데 말이다. 눈이 지친다. 돌비의 안경엔 귀도 지친다. 그렇지만 전혀 지루하진 않았다. 지침이 지루함은 아니지 않겠는가. 이 영화, 이 시리즈는 이제 타 작품들과 동일한 잣대에서 평가하기가 참 애매해진다는 우려가 든다.